
동화구연 지도사 이정아
“주부도 자신만의 시간과 일 필요해요”
결혼이후 도운이 엄마로만 살았던 이정아씨는 최근 2년 새 동화구연 지도사 이정아로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았다. 지난해에 직접 디자인한 이씨의 명함에는 동화구연지도사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그뿐 아니다. 명함 뒤편에는 POP디자인기능사, 웃음치료사, 레크레이션지도사 등 자격증을 따서 얻은 직함들이 추가돼 있다.
이씨는 지난 1996년도에 한보철강으로 발령받은 남편을 따라 고향 부산을 떠나 당진에서 객지생활을 시작했다. 부산 새댁 이씨는 모르는 사람에게는 말도 잘 못 거는 소극적인 성격 탓에 매일 집에서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신혼을 보냈다고. 지금 돌이켜 보면 우울증에 걸릴 것만 같았던 무미건조한 생활이었다. 이윽고 아이가 생겼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바쁜 생활이 시작됐다. 책을 늘 옆에 끼고 사는 큰 아들과 달리 작은 아들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자 이씨는 작은 아들을 위해 책 주인공 목소리를 흉내내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여성의 전당에서 봉사자를 위한 동화구연 강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꼬박 3개월을 송산 대상아파트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드디어 수료식을 하던 날, 관람을 온 어린아이들 앞에서 동화구연을 처음 선보였던 이씨의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고.
이후 우연한 기회에 작은 아들 담임교사의 부탁으로 송산초 1학년 교실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동화구연수업을 하게 됐고 실력도 흥미도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이후 동화구연자원봉사회 미담을 비롯한 동화구연 자원봉사 모임을 통해 학교, 가정, 유치원, 보건소 등에서 아이들이나 장애우들에게 동화구연 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는 낯도깨비동화구연자원봉사단 단장도 맡았다.
“제가 들려주는 동화를 들으며 초롱초롱 눈망울을 빛내는 아이들을 볼 땐 정말 수업 준비하느라 밤잠 설친 피곤이 모두 날아가죠.”
두 아들의 엄마이자 가정주부인 이정아씨는 “동화구연을 시작한 뒤로 아이들 돌보는 일과 집안일에 좀 소홀해져 가족들에게 미안하지만 주부라고 늘 집에서 가족만 바라보고 사는 것보다 자신의 일을 갖고 활기차게 사는 것이 가족 전체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주부들에게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 파편이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활기찬 이씨의 모습에 요즘엔 두 아들과 남편이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다고. 이씨는 초등학교 방과후학습교사를 신청해 둔 상태다. 그는 이왕 배운 기술로 돈도 조금 벌어 마음 편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