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다.
네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목숨밖에는.
목숨밖에 팔 게 없는 세상,
황량한 쇼 윈도 같은 나의 창 너머로
비 오고, 바람불고, 눈 내리고,
나는 치명적이다.
네게, 또 세상에게,
더 이상 팔 게 없다.
내 영혼의 집 쇼 윈도는
텅 텅 비어 있다.
텅 텅 비어,
박제된 내 모가지 하나만
죽은 왕의 초상처럼 걸려 있다.
네가 왔으면 좋겠다.
나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최승자 시집 『내 무덤, 푸르고』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