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듦에 대하여] 지은이 박혜란 I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I 가격 9800원
▲ [나이 듦에 대하여] 지은이 박혜란 I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I 가격 9800원

사람에게는 자기 인생을 바꿔놓을 운명의 만남이 있게 마련이고 그 만남이 친구일 수도, 부모일수도 있으며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다. 난 여성학자 박혜란이 쓴 ‘나이 듦에 대하여’라는 책이 ‘나이’라는 감옥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는 내게 빛을 준 운명의 만남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작가가 “어쩌면 그렇게 곱게 늙으셨어요?”라는 말을 듣고 그냥 고우면 곱지 왜 ‘곱게 늙었다’는 표현을 써서 더욱 늙은 기분을 들게 하는지 무척 괘씸하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나도 사실 나이를 초연하며 살아왔다.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늙어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며 나이는 들었지만 그래도 난 젊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나도 결국 늙음을 맹렬히 부정하느라고 정작 어떻게 늙을 것인가에 대한 준비는 하나도 못하면서 속절없이 늙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3월 새학기 학생들은 첫 질문으로 “선생님 나이가 몇 살이세요?" 라고 늙어보이는 담임의 나이를 물으며 거침없이 공격하면 난 이렇게 되묻는다. “몇 살로 보이죠?”

질문을 던지고 나서 나온 반응에 난 항상 실망한다. 내 나이를 보든가 아니면 더 늙어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았는데 이젠 그러기에는 너무 많이 늙어버렸나보다. 세상이 매겨주는 나잇값이 잘못되었으면 같은 나이도 얼마든지 값을 다르게 매길 수 있는 것이다. 중년이라고 다 중년은 아니다. 중년이면서도 청년처럼 열정적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괄호 속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 나만의 나잇값을 셈하며 살아갈 때 연령차별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풍요로운 중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모든 일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나이 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마음만은 젊게 산다면 나도 이 사회를 지키는 당당한 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나이’라는 감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내게 여성학자 박혜란이 ‘나이 듦에 대하여’ 라는 책을 통해 내 가슴에 나이를 벗어버릴 수 있는 자유로운 새 한 마리를 풀어놓아 주었다. 마지막으로 로댕이 남긴 어록 한 마디를 통해 나이를 떠나 모든 여자는 아름답고 남자에게 여자를 찬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우리 여자들의 몫이라는 말을 남기며 마무리하고 싶다.

“여자는 모두 아름답다. 다만 여자들이 그것을 모를 뿐이다. 그녀들 곁에 있는 사나이들도 역시 이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들을 찬탄할 줄도 모르고 찬탄하도록 가르쳐져 있지도 않다. 찬탄하는 법을 교육받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