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화 송산중학교 근무
▲ 이정화 송산중학교 근무

매년 여름휴가를 며칠씩 짧게 다녀오지만 이번 여름휴가는 좀 특별하다. 돌아가신지 20년도 넘은 엄마의 산소에 성묘를 하러 가는 것이다. 참 무심한 딸이었다. 그래도 엄마니까 다 이해해 주리라 내심 내 마음을 위로하며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산꼭대기를 향해 열심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는 개미처럼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 올라갔다.

17년 만에 엄마를 찾은 것은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을 읽고 나서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처음엔 엄마를 어떻게 부탁한단 말이야? 라는 호기심이 반이었고 책 겉장을 보면서 뭔가 모를 첫눈에 반한다는 말처럼 이끌림이 있는 책이었다. 손이 떨려오고 가슴이 저려 와서 끝내는 책을 내려놓았다. 한참을 멍하니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 순간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고 햇살이 비치는 쪽마루에 앉아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가 그리워졌다.

이야기는 엄마를 잃어버리고 가족들이 모여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가 엄마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으로 언성을 높이고 그동안 엄마에 대해 재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한다. 토요일 오후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치고 실종된 엄마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가족들은 기억의 사슬을 따라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라는 존재감이 사라짐으로써 가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고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나도 정말 엄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진실은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우리 어머니들의 세대는 노동과 희생과 인내로 똘똘 뭉쳐있는 것 같다. 우리집 역시 한량인 아버지덕택에 엄마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한복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 방 한 칸에는 엄마의 재봉틀과 한복을 담은 보자기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딸각딸각 돌아가는 재봉틀 소리에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다. 엄마는 우리가 있어 행복하고 우리를 위해 고생 하시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셨던 분이다. 명절이 되면 한복주문이 밀려들어 동생과 나도 엄마의 일손을 도와 줄 수밖에 없었다. 꾀가 나서 하기 싫어하면 엄마는 우리를 나무라지 않고 당신이 밤새 완성을 해 놓으신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흐린 기억들을 들여다보며 아이들에게 할머니의 얘기를 들려준다. 인정 많고 솜씨 좋았던 할머니가 살아계셨으면 너희들의 유년시절이 더 풍성했을 거라고. 너희들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웃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던 할머니의 모습이 아름다웠을 거라고. 지금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못해드렸다. 낡은 일기장을 가끔 들추어 보듯 엄마를 생각하는 못난 딸이다. 하지만 세월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나이가 생각을 변화시키지 않는가. 이렇게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책을 통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이웃집의 할머니를 보면서도, 빠른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나는 엄마를 그리워 할 것이다. 이 그리움이 강물을 이루면 강물을 따라 엄마를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엄마를 꼭 껴안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