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학교에 한 살 터울 남매가 3월이면 나란히 캠퍼스를 걷게 된다.
누나인 김하나(20, 신평고 졸업) 학생이 지난 수능에서 고배를 마시고 남동생인 김종대(19, 신평고) 학생과 올해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된 것. 두 남매는 같은 학교는 물론 학부도 농경제사회학부에 함께 입학하게 됐다.
재수생이었던 하나는 혼자 서울에 올라가 살았던 것이 못내 힘들었는지 동생과 함께 지낼 생각에 기쁘다.
“작년에 넣었던 2차 수시에서 모두 떨어지면서 재수를 하게 됐어요. 서울에 있는 학원에 다니면서 혼자 살았는데 가족 생각도 많이 나고 학원에서는 혼자 지방에 사는 학생이라는게 괜시리 서럽더라구요. 이젠 의지할 수 있는 동생이 있어서 좋네요. 동생도 열심히 노력한 성과를 본 것 같고요.”
농촌생활이 학부선택에 도움돼
두 남매가 농경제사회학부에 진학하게 된 건 적성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둘 다 더 높은 점수대의 학부에 충분히 합격가능성이 있는 점수였지만 농경제사회학부를 고집했다. 부모님을 따라 어린시절 외가가 있는 당진에 내려와 지금까지 살았던 농촌생활이 두 남매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남들은 특기가 있어서 특기 따라 적성에 맞는 학과를 지원하기도 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배우고 싶어서 학과를 지원하기도 하잖아요. 저희는 농업이 관심 분야이고 적성에 맞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농업과 농촌에 대해서 만큼은 내가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는 이점이 우리의 적성인거죠.”
부모님(부 김효배, 모 이복자)은 큰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텃밭을 일구며 할머니가 지으시는 농사를 어깨너머로 본 그들에겐 그것이 모두 경험이고 적성이 됐던 것이다. 그래서 면접관이 ‘현 농촌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 보라’고 물었을 때 어느 누구보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고.
“농촌의 생활과 그에 따른 문제점을 설명해 보라고 물었는데 가장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학생들은 느끼고 볼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잘 활용했다고 생각해요.”
비록 응시전형은 다르지만 같은 수험생으로서 경쟁자였을 하나와 종대에게 ‘서로 경쟁자로서 견제를 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조용하던 종대가 ‘왜 견제를 하느냐’고 말했다. 웃을 때면 하얀 윗니가 다 드러나는 밝은 하나와 달리 종대는 조용한 성격이다. 물음 하나하나에 고민을 거듭하며 대답을 하던 종대가 인터뷰 내내 재빠르게 한 첫 대답이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 준비를 할 때 오히려 누나랑 같은 곳에 목표를 잡고 준비한다는 게 편했어요. 자기소개서를 서로 검토해 준다거나 면접 예상 질문을 서로 해주면서 함께 준비를 했죠.”
하나와 종대는 1등을 놓친 적이 많지 않다. 집안 형편 탓에 하나는 재수생활을 하기 전까지, 종대는 이제껏 학원 한번 다녀본 적 없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 수업과 자율학습, 기숙사 생활만을 해 왔다. 주말에도 되도록 집에 가지 않고 기숙사에서 공부했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성적이 떨어졌다고 나무란 적 한번 없으신 부모님은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떨어져도 좋다’며 격려를 해주셨다고 한다. 엄마 이복자씨는 그런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고마워서 인터넷으로 합격명단을 확인하고는 컴퓨터 앞에서 내내 울었다.
이씨는 “그저 고마울 뿐이죠.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말만했어요. 동네 작은 학원도 한번 못 보내줘서 미안했는데 둘다 좋은 대학에 보낼 생각하니 감격스럽더라고요.”
공부 하지 않아도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
하나와 종대는 EBS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는 남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시간이나 방과후 주어지는 EBS 방영시간에 자신이 부족한 부분의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저는 EBS가 심화학습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수준에 맞춰 다양하게 들을 수 있도록 강의가 다양해서 보충학습시 심화학습을 위주로 많이 들었어요. 슬럼프가 올때면 저는 서울에 있었으니까 일부러 서울대입구역에 가서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도 보고 학교 안까지 들어가서 마음을 다잡았죠.(하나)”
누가 지나가도 모를 정도로 집중력이 강한 하나는 시간대비 많은 양을 소화하면서 항상 책상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딴 생각을 하거나 놀더라도 책상 앞에서 모든 걸 하려고 했다. 종대도 기숙사로 돌아오는 저녁 8시 이후부터 잠들기 전까지 놀아도 책상 앞에서 놀며 잠드는 시간을 제외하고 늘 책상에 붙어 지냈다.
“수학은 어려운 문제 하나만 가지고 계속 생각해서 풀려고 했고요. 문제집은 사실 많이 안 풀었어요. 좋은 문제집 하나를 사서 수능기출문제를 위주로 풀어나가는게 좋은 것 같아요. 괜히 문제집 쌓아두는 것 보다 구성이 좋은, 자신이 보기 쉬운 문제집을 선택해서 집중풀이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봐요.”
“농촌의 실상 대변하고 싶어요”
대학생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동아리 활동을 꼽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색다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
“그동안은 목표를 위해서 거의 공부만 해왔는데 동아리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도 만나고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싶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영어공부도 열심히 해야죠. 저는 나중에 졸업하면 농림부나 농촌진흥청에 들어가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거든요.(종대) 친구들은 미리 대학생이 돼서 나름대로의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이 부럽기만 했는데 이제 친구들도 자주 만나서 더 좋은 시간들을 지내고 싶어요. 당분간은 그동안 충분히 못 잤던 잠도 자면서 4년 동안의 학교생활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싶어요. 저도 졸업 후에는 제가 입법 활동을 해서 농촌에 대한 실상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