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식을 앞두고 현대제철에서 또 다시 대기환경오염물질이 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지난 2월9일 가스 누출과 분진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여 만에 발생한 인재로 현대제철의 안전 불감증 논란과 지역주민 피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제철 “하청업체 실수, 안전밸브 개방돼”

지난 29일 오후 2시37분경부터 현대제철 화성공장에서 노란빛을 띄는 COG 가스가 약 7~8분간 유출됐다. 가스는 화성공장이 위치한 현대제철 C지구 인근 송산 지역과 바람을 타고 송악까지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당일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피해범위가 더욱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목격한 김성훈 송산 동곡리장은 “하늘이 온통 노랗고 뿌연 가스로 가득했다”며 “황을 태우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말했다.

방우진 송악 한진리장은 “사고 당일에는 북서풍이 불어 현대제철에서 유출된 가스가 송산지역뿐 아니라 한진, 부곡 등 송악까지 불어 왔다”며 “황사처럼 노랗고 뿌연 가스와 함께 황산가스 같은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코크스가스로 불리는 COG는 용광로에 넣기 좋게 석탄을 고온에서 구울 때 얻어지는 가스로 수소와 메탄, 일산화탄소, 질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COG는 지난해 포스코와 포항제철소에서 이 가스를 흡입해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유독물질이다. 현대제철 측은 이날 사고 원인은 하청업체 직원의 실수로 순간 전원공급이 일정 전압이하로 떨어졌고 이로 인해 안전밸브가 열려 가스가 누출됐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화성건설팀 윤선희 부장은 “밀폐된 공간에서 석탄을 건류하는데 일정 압력이 상승하게 되면 폭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안전밸브가 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설비 하청업체인 한국엔지니어링 직원이 허락 없이 들어가 전기 판넬을 잘 못 건드려 순간 전기가 다운됐고 이로 인해 안전밸브가 열렸던 것”이라고 사고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현수 동곡리 새마을지도자는 “대기업에서 시설 관리를 잘 못해 실수로 이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동곡리를 비롯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질타했다.

군 “법적 근거 없어 행정처벌 어렵다”

COG 가스가 10분 가까이 송산, 송악지역으로 유출됐지만 군은 행정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법에 안전밸브 개방으로 인한 사고는 법적 처벌 제외 대상이기 때문이라는 것.

군 환경과 공단감시팀 관계자는 “처벌 조항을 살펴 본 결과 대기환경법 보전법 31조에 안전 및 폭발 대책을 위해 마련된 안전 밸브 작동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법적 근거가 없어 행정 처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과 담당자는 “현대제철과 한국엔지니어링 담당자를 불러 사고 경위를 묻고 후속 조치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검은 분진, 붉은 쇳가루 날리기도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가스 유출 이외에 현대제철 공장 굴뚝에서 또 다른 가스와 분진이 누출되는 현상이 목격됐다.

현대제철 관계자가 소결로 공장 부근이라고 밝힌 한 굴뚝에서 붉은 연기가 유출되는 것이 목격됐다.

현대제철 C지구 밖에서 바라봤을 때 물질은 철가루로 짐작되는 붉은색으로 보였으며 희미하게 보일 정도의 양이 지속적으로 대기 중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한 사고 현장 방문을 위해 이동 중에는 코크스 공장 부근에서 검은색 연기가 목격됐다. 검은색 연기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에 대해 묻자 현대제철 관계자는 “집진기가 미처 다 잡아내지 못 하는 것 같다”며 “초기다 보니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현장에 함께 한 주민들은 “붉은 연기나 검은 연기 모두 쇳가루 같은 분진일 텐데 언제부터 흘러나왔는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가랑비에 옷 젖듯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군청 환경과 관계자는 “조만간 충남도 환경지도팀과 합동으로 현대제철을 방문해 대기배출시설 전반에 대해 이틀정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사고,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현대제철은 친환경제철소를 표방하며 그간 각종 언론과 자체 홍보를 통해 주민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06년 기공식을 시작한 현대제철은 지난 1월 제1고로 화입식을 가졌다. 헌데 화입식 한달 만인 지난 2월9일경 유독가스가 유출돼 작업 중이던 현대제철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23명이 가스에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한 명은 끝내 숨졌다. 같은 날 밤 폭음과 함께 분진이 유출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쇳가루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당시 분진 사고는 지난달 29일 코크스에서 발생한 사고의 원인과 유사한 사고로, 안전장치를 제어하는 카드의 오작동으로 안전밸브가 열리면서 분진이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제철 노조에 따르면 이 사건 외에도 제철소가 가동된 이후 한달 여 만에 안전사고가 2차례나 더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되고 있는 사고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제철소 운전 경험도 없고 아직 초기단계로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다”며 “설비 안정화와 재발방지에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사고발생시 신속한 후속조치 필요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주민 및 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속한 대처와 후속 조치, 강력한 행정 처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민관학 환경감시단과 군청 환경과 공단감시팀, 본지 기자 등이 상황 발생 직후 현장에 모였지만 사고발생 2시간 만에 현대제철 담당직원을 만나 사건 경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시 환경감시단과 주민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