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투표하러 가기 전에 선거운동기간 동안 받아두었던 20여장의 명함과 37부의 선거공보 자료를 거실에 펼쳐놓았다. 누구를 선택해야 우리 지역이 더 발전하고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인가에 대하여 최종 결정하여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들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북풍, 노무현 대통령 1주기를 계기로 불어온 노풍,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4대강 사업에 관한 내용 등이었다.

특히 민종기 당진군수의 구속수감과 관련된 내용은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인가, 아니면 대통령 선거인가 헷갈릴 정도로 지역의 현안과 관련된 이슈보다는 거대 정당의 바람몰이가 심했다고 할 수 있으며, 언론도 이에 편승하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8명의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중앙정치 이슈들이 전면에 부각되었던 점은 너무 아쉬웠다.

또한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자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선거였으며,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당에 대한 선호도나 이념성향의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한 마디로 이번 선거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와 정책이 드러나지 않고, 거대 정당들의 바람몰이, 후보자들의 명함 배포와 얼굴 알리기, 문자메시지 전송, 확성기 소리만 요란했던 선거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4년 후에 이 번 지방선거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먼저, 중앙정치 이슈들이 지방선거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이는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고유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 후보에 대한 중앙정당의 공천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또한 중앙 정부 차원의 이슈보다는 지역의 이슈와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부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그 하나로 매니페스토 선거의 정착을 들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후보자별 공약의 이행가능성과 적합성 등과 당선자가 후보시절 내세웠던 공약의 이행정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분석 평가하여 지역 주민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야 준비 없이 출마하는 후보가 줄어들 것이며, 유권자들의 선택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제들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법률 개정을 하고 언론의 중립적 보도를 통하여 이루어야 할 과제에 해당되지만, 지역 차원에서 행할 수 있는 일 중의 하나는 공약이행에 대한 중간점검과 매니페스토 선거를 정착시키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당선된 후보들은 그들이 내세웠던 공약들을 점검하고 차분하게 그 이행방안 마련을 강구하여야 할 때라고 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었던 만큼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모색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선거운동기간 동안 사분오열되었던 선거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고 지역발전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지역민의 지혜와 에너지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본다. 비록 아깝게 낙선했던 상대 후보들의 공약 중에서도 좋은 공약이 있었다면 당선자들은 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우리 지역의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