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에 휘청이는 축산기반,
주저앉는 농민들
돼지고기 일 수출길 막힌데다 국내 소비마저 위축
진단
구제역 사태는 전국 2위 규모인 충남 축산업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돼지고기의 수출중단사태가 앞으로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 축산업 구조를 내수산업으로 조정하고 축산물 소비시장에 대한 분석과 이에 기초한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소·돼지 등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치명적인 구제역이 66년만에 국내에서 발생했다.
지난 3월말 경기도 파주시에서 첫 확인된 구제역은 충남 홍성·보령을 거쳐 경기 용인, 충북 충주까지 그 범위가 확산됐다. 특히 홍성지역의 구제역 집단발병은 지역경제를 송두리째 마비시키고 도내 축산업 기반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축산업 비중 얼마나 되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축산업이 전체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7%이다. 이 가운데 육우가 36.7%, 젖소(우유포함)가 13.6%, 돼지가 27.2%로 이들 3가지가 전체 축산업의 77.5%를 차지한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조원어치이며 만일 한우, 젖소, 돼지가 전멸할 경우 이 금액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육가공업체, 사료업체 등 관련 사업계의 연쇄피해를 감안할시 피해규모는 가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만에서는 97년 3월 구제역 발생으로 피해규모가 42조원에 이르고 있다.
충남도의 축산사육현황은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로 6만5백호, 1백70만마리에 해당한다. 돼지(126만4천마리), 젖소(8만6천마리)가 전국 2위 규모인데다 한우·산면양이 전국 3위로 명실상부한 축산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축산물 수출현황
국내와 충남도 모두 축산물 수출은 돼지의 대일본 수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에서 일본에 큰 소 3백마리를 수출한 것 이외에는 돼지고기 수출이 축산물 수출의 전부이다. 99년 말에는 3억4천7백만달러(147만마리)어치가 수출돼 농산물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해 돼지고기 수출목표를 4억3천5백만달러로 잡았고, 충남의 경우도 지난해 6백억원(1만3천톤)어치를 수출한 데 이어 올해 6백92억원(1만5천톤)어치를 수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은 전량 중단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고스란히 4억3천5백만달러어치의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판로 막힌 축산물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데 있다. 정부는 구제역 발생 이후 질병차단을 막기 위해 발생지역으로부터 20㎞까지를 오염 및 경계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는 이 지역내 가축의 이동을 전면 중지시키고 정부수매에 나섰으나 수매된 돼지를 수용할 도축장과 냉장창고가 없어 적체물량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도내 양축농가와 도축장의 반대를 비롯 전국에서 구제역 발생지의 가축반입을 막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홍성의 경우만 약 3만여두의 돼지가 수매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으며 양돈농가마다 분만실에서 새끼돼지가 넘쳐나는데도 사육시설이 초만원이라 땅을 파고 묻어야 하는 실정이다. 가축출하가 전면 중단되자 돈줄이 막혀 지역경제마저 크게 위축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게다가 도내 모든 우시장이 폐쇄돼 거래가 뚝 끊긴데다 타 시·도에서 전염우려가 있다며 충남산 가축의 반입을 곳곳에서 막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 축산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소·돼지의 가격마저 연일 떨어져 내리고 있다.
소비마저 위축
뿐만 아니라 축산물 소비촉진운동 등 벼랑끝 축산농가를 살리자는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의 영향으로 축산물의 거래가 감소추이에서 헤어날줄 모르고 있다. 와중에 축산물 소비는 평소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
이같은 추이가 지속된다면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육가공업체, 사료업계, 식당 등 축산업과 연관된 관련업종의 연쇄도산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구제역과의 전쟁, 이제부터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조기수습을 위해 초동방역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파주, 홍성, 보령, 용인, 충주로 그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위험수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예방백신, 소독약 등의 공급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방역대책을 벌여야 한다.
다음은 현실성 있는 농가 피해보상대책이다. 구제역 발생 이후 정부는 5천억의 긴급자금을 마련, 농가의 시가보상은 물론 시가보다 높은 금액으로의 정부수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이같은 지원액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후속 지원책이 속속 나오고 있으나 과감한 지원으로 농민들이 정부를 믿고 방역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소비촉진대책도 시급한 과제다. 각계의 소비촉진운동이 벌여지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대일 수출길이 막혀 수출계획물량이 내수시장에 반입되는 데다 구제역 발생에 따른 불안감으로 홍수출하마저 발생해 엄청난 공급과잉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농민, 소비자, 상공인, 정부가 참여하는 소비촉진운동과 대량 소비처 창출 등 일상적인 특단의 소비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통과정을 점검해 산지가격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은 오르는 유통의 불편부당함을 시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중장기 전략 세워야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중단사태가 2~3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정지역으로 선포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 대비한 국내 축산업 구조를 내수산업으로 조정해 대비해야 한다.
축산물 소비시장에 대한 분석과 이에 기초해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환경친화적 축산구조로 탈바꿈하는 것도 내수시장을 확대시키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나아가 이번 구제역 파동을 경험삼아 질병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신속한 신고체계와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번 구제역 파동에서 발병후 이를 확인하기까지만 길게는 10여일이 넘는 시일이 소요되는 원시적인 시스템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구제역과의 전쟁은 지금부터다.
심규상 대전주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