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농업웅군이자 수도권과 인접한 당진으로 귀농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웃으로 당진에 뿌리를 내린 귀농인들을 만나본다. 본지는 이번 기획에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당진 농촌의 생활을 알아보고, 귀농의 실태와 의미 나아가 농업의 미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군의 귀농정착지원 사업과 국내 선진지도 함께 소개 해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약력
- 3년 전 당진 대호지면 출포리로 귀농
- 현 당진군귀농인협의회 부회장
- 숲과 호수의 노을 ‘작매블루’ 운영
(www.beautysunset.com )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평생 살고 싶어~”
남진의 ‘님과 함께’가 20년 넘게 국민 애창곡 대열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는 가사에 있다. 복잡하고 바쁜 도시를 떠나 새가 지저귀고 나무와 하늘이 펼쳐지는 전원에서 살고픈 건 ‘공장 찾아 돈 벌러 도시로 향했던 그 시절’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까지 도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려보는 ‘꿈같은 생활’이기 때문이다. 헌데 꿈을 이룬다는 것이 어디 쉬운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직장과 도시를 버리고 농촌으로 향하기란 노랫말처럼 쉽지가 않다.
하지만 당진군 대호지면 출포리에 살고 있는 김찬중 씨는 3년 전 ‘꿈에 그리던 전원생활’을 실천에 옮겼다.
“친구들이 놀러오면 다들 부러워하면서도 선뜻 시골에 내려와 살겠다고 못해요. 저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으면 우선 시작하고 보는 성격이에요. 지금요? 불편한 것도 있지만 아주 만족해요. 땀 흘려 일한만큼 돌려받는 농사의 재미도 알아가고, 자연과 함께 여유로우니 이 보다 더 좋은 노후 대비가 있겠어요?”
비탈진 산을 개간해 블루베리와 자작나무, 매실나무를 키우며 살고 있는 김 씨를 만나 초보농군으로 사는 재미에 대해 들어봤다.
지친 도시생활을 떠나다
‘숲과 호수의 노을’이라더니 참말이었다. 출포리 초입 산 속 꼬부랑길을 달리니 그 말이 그대로 눈앞에 펼쳐졌다. 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대호만이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곳에 김찬중 씨가 살고 있다.
“예쁘지요? 한적하고 참 좋아요. 봄에는 지금보다 꽃도 더 많이 펴요. 방아깨비니 나비니 곤충들도 많고 이름 모를 풀과 야생초도 많아요.”
김 씨를 따라 들어선 그의 집 테라스에 서니 그 말이 더 실감났다.
김 씨는 3년 전 집을 지어 혼자 당진에 내려왔다. 교사인 아내와 직장에 다니는 딸은 아직 군포에 살고 있다. 김 씨는 오래 전부터 귀농을 꿈꿔왔다. 하지만 귀농을 만류하는 아내에게 함께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대신 아내가 내려와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집과 농장을 가꾸는 데 더 힘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죠. 혼자 내려가 산다니까 안 그러겠어요? 그래도 전 꼭 귀농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혼자 내려와 버렸죠. 내가 먼저 가서 예쁘게 꾸며 놓을 테니 나중에 오라고 했어요. 한두 번 내려오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좋아해요. 먹을거리도 좋고 볼거리도 있고 살기 편하면 사람들이 찾기 마련이거든요.”
김 씨가 아내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귀농을 강행한 이유는 지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장도 다녀봤고 전기관련 사업도 오래 했어요. 헌데 무엇보다 도시의 접대 문화가 싫었어요. IMF를 겪으면서 사업도 어려워졌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나이 50 이더군요. 노후를 생각하다 평소에 동경했던 전원생활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죠.”
‘흙, 생명의 신비’ 배우는
농사의 즐거움
시골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고향(전북 익산)을 떠나 줄곧 도시에서 살았던 김씨는 요즘 난생 처음 해 보는 농사일을 배우느라 바쁘다.
“처음에는 ‘땅’을 몰랐어요. 씨 뿌리고 나무 심으면 절로 크는 줄 알았어요. 물도 많이 주면 좋은 줄 알았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땅도 성질에 따라 잘 크는 식물이 따로 있고, 물도 조절해서 줘야 하고요. 나무에도 거름을 줘야 한다는 것도 여기 와서 알았어요.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는 하나씩 배워가며 씨 뿌린 곳에서 싹이 나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뿐이 아니다. 힘들여 심은 상추며, 고추, 토마토를 이웃과 친구들에게 나눠 주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사람들은 서로 이용하려고 하고, 배신도 하잖아요. 헌데 식물들은 정직해요. 내가 몰라서, 식물이 하는 이야기를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내가 땀 흘려 보살펴 주면 반드시 응답을 하죠.”
김 씨는 첫 해에는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제초제도 사용하고 잘 자라지 않는 농작물을 살리려고 농약도 사용했었다. 헌데 순간 “내가 농약 친 농산물 먹으려고 내려온 게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는 농약 비슷한 것도 들여오지 않았다. 농약이 꼭 필요한 식물은 아예 키우지 않는다. 병에 걸려 죽으면 뽑아 버리고 다시 심으면 그만이다. 대신 농업기술센터에서 EM균을 가져다 뿌린다. 제초제 대신 식물간 상생 효과를 이용해 잡초의 번식을 억제한다.
“농약을 안주니까 배추며 과일 생김새가 못 생겼죠. 벌레도 먹었고 달팽이도 있고 지렁이도 있고요. 헌데 우선 맛이 달라요. 건강한 맛이 나죠. 한번 가져다 먹어본 사람은 이듬해 다시 찾더라고요.”
그의 농장에는 주요 소득작물인 자작나무, 블루베리, 매실나무 외에도 사과, 석류, 자두, 살구나무와 상추, 토마토, 호박 등 각종 채소가 자라고 있다. 그 밖에도 산비탈을 타고 자연스레 자라는 고사리와 취나물, 두릅, 엄나무도 풍성하다.
소비자가 찾아오는 농장
김찬중씨는 농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사는 것이 꿈이다. 농부가 농작물을 가꿔서 소비자에게 찾아가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김 씨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좁히는 방안을 생각 중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는 직거래보다도 더 소비자와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으로 찾아오게끔 하는 방법을 마련 중이에요. 농장을 아름답게 가꾸고 볼거리, 먹을거리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어요. 집도 1층은 손님들이 쉬었다 갈 수 있게 꾸며 놓았어요. 도시 소비자들이 직접 농장을 찾아와 쉬면서 농장에 자라는 다양한 작물들을 직접 보고 따서 먹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같이 풀도 뽑고, 생산에도 함께 참여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김 씨의 계획이다. 농촌에서 먹을거리가 자라는 것을 직접 보고 수확하는 재미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과 농촌생활의 즐거움까지 알리고 싶은 것.
이를 위해 그는 블로그 제작 방법도 공부하고 좀 더 친환경적이고 자연 그대로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