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는 한해 수확을 경축하는 날로 국가 대 명절 중 하나다. 평범한 가족들의 경우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들과의 회포를 풀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추석이라는 풍요로움을 누리기 어려운 이웃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고대면 옥현리 서만재(61)씨 가족은 돌아오는 추석이 반갑지만은 않다. 아들 서신화(31)씨가 정비업을 배워가며 일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형편은 늘 제자리 걸음이다. 서만재씨와 아내 인정숙(51)씨는 마을에서 품앗이를 하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수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 농사짓는 마을 주민들의 일손을 돕는 일이 전부죠. 고추 농사를 도와 고추를 얻기도 하고 콩농사를 도와 콩을 얻기도 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우니까요.”
현재 서씨 가족은 3평(9.91m²) 남짓한 단칸살림에서 6식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좁은 단칸방에 옷가지며 생활필수품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한숨 편안하게 자기도 쉽지가 않다.
재래식 화장실만으로도 서씨 가족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인근 텃밭의 땅을 파서 항아리를 넣어 간소하게 만든 이 화장실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천장과 최소한의 가림막이 전부다.
집의 규모와 시설의 낙후된 상태도 어려움이 크지만 상태도 좋지만은 않다. 수도관조차 들어오지 않아 양수기로 농수로의 물을 끌어올려 받아두었다가 생활용수나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부엌은 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장화를 신고 들어가 식사를 차려야 한다. 평소에는 장화라도 신고 식사를 마련하면 된다지만 비라도 오는 날이면 솟아나는 물의 양이 많아 물바다로 변하기 일쑤다.
매월 서씨 가족을 방문해 생활용품 및 식품을 전달하고 있는 고대면적십자봉사회 김옥분 회장과 그녀의 남편 이상근씨는 “몇 년전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서씨 가족을 알게되면서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서씨 가족을 돕기 위해 매월 봉사물품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아들 서영화(27)씨는 초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지적장애를 앓고 있다. 그렇다보니 몸이 불편한 장애인보다 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다.
“집 맞은 편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받아주질 않아요.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자신도 일을 해서 집안 형편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영화씨. 그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장애인 판정을 받지 못해 장애인으로서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서만재씨에 따르면 가족들이 생활유지만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보니 작은아들 영화씨의 장애인등록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편 서신화씨의 자녀인 서은진(11) 양과 서은빈(8) 군이 성장해 가며 서씨의 고민도 늘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단칸방은 더욱 좁아져 가고 있는 것. 특히 두 손자, 손녀가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씨 가족은 땅주인의 사정으로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0여년의 세월동안 비바람을 막아준 이 집을 조만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다.
“추석은 둘째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가 걱정입니다. 명절 음식이라도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지가 마음에 걸려요. 다른 아이들처럼 맛있는 것도 먹이고 새 옷도 입혀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