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심치 않게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대마는 우리에게 연예인 A씨가 몰래 핀 마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대마는 그 줄기로 만든 우리 고유의 옷인 삼베의 장점보다는 마약성분이 함유되어 금기시 된 식물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하지만 대마 중에서도 햄프라 불리는 저마약성 대마는 외국에서 오래전부터 친환경바이오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산업용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저마약성 대마, 청삼 종자를 전국 최초로 유일하게 재배하는 곳이 당진이다. 당진에서 전국 유일하게 저마약성 대마인 청삼의 종자를 재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전통을 지키겠다는 청삼 재배 농민들과 함께 당진군농업기술센터 심화섭 팀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청삼은요, 삼베를 만들면 면보다 견고하고 수분 흡수력도 뛰어나죠. 향균성과 향독성도 있고요. 외국문헌에는 청삼오일이 아토피 개선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화장품으로 만들어 쓰면 보습개선효과도 뛰어나죠... 또...”
자식남편 자랑에 정신없는 팔불출처럼 심화섭 팀장은 청삼 자랑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그의 청삼에 대한 애정이 이처럼 각별한 데에는 청삼을 재배하기까지 고생한 지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 팀장은 당진군농업기술센터에 발령받은 지 1년째 되던 97년, 여성 일감 갖기 사업으로 ‘삼’과의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만해도 고대면을 중심으로 대마를 재배하고 삼베를 짜는 농가들이 500여집이 넘었다. 심 팀장은 전통을 지키고 보급한다는 사명감으로 삼베 육성 지원 사업을 이어갔다고. 그러던 중 2002년에 농촌진흥청에서 대마 연구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강의를 듣게 됐고 이때 저마약성 대마, 청삼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마 재배농가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었어요. 도시가 커지면서 부업거리도 늘어났고 삼베 전수자들이 나이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대마초 사범들이 무섭고 재배 신고 절차가 복잡해 어르신들이 더 이상 대마를 재배하지 않으려 하신 이유도 컸죠. 그러던 중에 연구사님으로부터 저마약성 대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구사님이 점점 사라져가는 섬유에 집착하지 말고 대마 종자 산업에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때는 그 말이 사뭇 서운했어요. 전통을 지키고 있는 보람으로 일하는데 그것을 버리고 시대 흐름을 따르라고 하니까요. 헌데 지금와서 보니 맞는 말이지 뭐예요. 농업도 이제는 1차 산업만으로는 어렵죠. 농업을 2차, 3차 산업으로 연계해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변화해야 농민들의 소득도 증대되니까요.”
2003년부터 당진군에서 본격적으로 청삼 종자 생산이 시작됐다. 전국 최초였다. 처음에는 당진의 재배농가에게 당진에서 생산한 종자를 보급할 목적이었지만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안동포나 보성포 등에도 당진 청삼 종자를 공급하고 있다.
외국문헌에는 햄프라 불리는 청삼을 이용한 섬유, 펄프, 전자파차단소재, 건축자재, 화장품, 건강식품 등의 효능이 잘 알려져 있지만 적게나마 마약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청삼을 보급하기 위해 심 팀장은 갖가지 실험도 감행했다고. 가정용 기름틀을 사다가 사무실에서 기름도 짜보고, 죽이나 두부도 만들어보고, 먹어도 봤단다.
“청삼은 안전하다고 문헌에 나와 있는데도 직접 실험해 봤어요. 저부터 먹어보고 그다음에는 가족을 먹여보고, 사무실 직원들에게도 맛보게 했죠.”
청삼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7년에는 검찰에 고발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당진에서 청삼 종자를 구입해 간 업자가 가공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식약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것. 마약성분이 함유된 청삼 껍질에 대한 정의를 놓고 1년 가까이 벌어진 검찰 수사 끝에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1년 동안 마음 고생 많았죠. 특히 국내에 청삼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대마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아 도움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도 청삼이 널리 보급되는데 넘어야 할 단계라고 생각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어요. 확신이 있었거든요.”
심 팀장은 청삼 종자 재배에 성공한 지금, 앞으로 남은 과제는 당진을 시작으로 청삼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7일까지 당진군농업기술센터 내에서 열리는 국화전시회 기간 중에 11월3일부터 청삼제품 전시 및 체험행사를 열 계획이다.
“청삼 많이 사랑해주세요. 당진에서 재배되는 전국 유일한 청삼 종자인만큼 당진군민이 먼저 아껴주시고 많이 이용해주셔야 전국적으로 보급될 수 있지 않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