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이 좀 더

혜택을 받으면 좋잖아요”

‘당진항 지정 건의서’ 인터넷에 올린 고교생

호서고 2학년 손만기군

엄연히 항만시설을 갖추고 선박입출항이 이루어지고 있으면서도 당진항의이름을 갖지 못하고 평택항으로 불리고 있는 당진. ‘당진항 독립’이 지역사회의 커다란 이슈로 등장한 요즘, 이 요구를 담은 건의서를 심대평 도지사 앞으로 인터넷에 올린 한 고등학생이 있어서 어른들을 짐짓 놀라게 했다.

호서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손만기군.

만기는 지난 11일 인터넷 E-mail(전자우편)로 무려 일곱쪽 분량의 건의서를 충남도청 심대평 도지사 앞으로 보냈다.

물론 당진항에 관한 본문내용은 지역신문(당진시대 6월 21일자 당진항 관련 특집기사)을 그대로 인용했지만 나름대로 서론과 결론을 쓰고 타이핑하는 데만도 무려 4시간의 공을 들였다. 무엇보다 그동안 '당진항 유치'를 부르짖으면서도 미처 인터넷에 손대지 못했던 어른들의 무디고 둔한 감각과 발상, 그리고 게으름을 호되게 꾸짖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어른들을 비판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기사를 읽어보고 정말 당진항이 지정돼서 우리지역이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만기가 도지사 앞으로 건의서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계기가 있었다. 올 3월, 충남도가 도내 학업·예체능 우수 고교생 3백명에게 준 '영재장학금'을 받은 바 있는 그는 8월 10·11일 이틀간 그 학생들과 함께 한 수련회에 참가하게 됐다. 이 자리에서 도지사는 도정에 관한 제안을 언제든지 해달라는 주문을 학생들에게 했다는 것. 만기는 수련회에서 돌아오자마자 신문 한 부를 다시 얻어 열심히 컴퓨터를 쳐내려갔다.

대학입시가 코앞인 2학년인데다가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터라 컴퓨터는 집에 오는 일요일에나 만질 수 있었다.

“제가 올린 글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어요. 그렇지만 저 평소에 그렇게 지역걱정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쑥스럽게 웃으면서도 과장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여드름투성이 사춘기 소년. 이과반이면서도 사회과목이 좋다는 만기는 일요일마다 집에 가면 지역신문도 한번씩 훑어본다. 성적도 학년에서 1·2위를 다툴만큼 우수하다.

“우리지역이 어떤지 대충은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살기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꿈요? 아직 분명하진 않지만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부모님은 교단에 서길 원하시지만 제가 워낙 여러사람 앞에 서는 걸 싫어해서요.”

만기의 부모님 손한준(47세)·안원희(43세)씨는 고대면 슬항리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 밑으로는 여동생 민진(16세)이가 있다.

만기는 지역신문이 따뜻한 얘기, 좋은 소식을 전하는 데 좀더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