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단지가 들어서는 걸 알자마자 인·허가 절차가 끝나게 생겼으니...기업만 살면 농민들은 죽어도 좋단 말인가!”
예산군이 간소화된 인·허가 절차법을 근거로 대규모 주물산업단지를 유치하려하자 해당 주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예산 신소재산업단지 주식회사(이하 예산주물단지)는 지난 7월 27일 충남도에 예산일반산업단지계획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산군은 경인주물조합 소속 22개 주물공장(인천 서구 경서동 일원)과 함께 예산군 고덕면 상몽리 일원 48만㎡(약14만 5천평) 부지에 오는 2013년 주물산업단지를 완공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에 앞서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예산군 고덕면 주민들은 주물단지가 들어설 예정임을 지난 5월 말 경에서야, 그것도 떠도는 소문으로 들어야 했다. 충남도는 신청서가 접수되자마자 군청 및 중앙행정기관과 협의를 끝냈다. 이어 주민설명회 및 공람에 이어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교통영향평가 초안 협의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군과 사업시행사는 ‘주물공단은 신소재산업으로 환경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방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했다. 주민들이 주물공단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나설 새도 없이 형식적 주민설명회마저 끝나버렸다. 특히 60여명의 주민들은 주민설명회를 거부하고 설명회장소에서 ‘고향의 봄’ 노래를 부르고 퇴장했지만 관련서류에는 퇴장한 주민들까지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제 환경교통영향평가서 본안 협의에 이어 충남도 산업단지계획심사위원회(위원장 안희정 도지사 등 27명) 심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된다. 충남도 관계자는 “빠르면 올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경이면 인허가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사업시행사가 제출한 인·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주민들은 관련법에 따라 농지를 강제수용 당하게 된다. 예정대로라면 15만평의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여부가 신청서를 제출한 날로부터 채 6개월 안에 결정되는 셈이다.
이처럼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 일사천리로 진행 된 데는 이명박 정부 들어 만들어진(2008년 9월)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의 효력 때문이다. 예전의 경우 산업단지 지정승인과 산업단지 실시계획승인 절차가 따로 따로 진행됐지만 특례법으로 두 절차가 하나로 통합됐다. 산업단지 인·허가를 받으려면 승인신청 후 최종 인허가를 받는 데 최소 2년에서 길게는 4년이 걸리던 일이 6개월로 크게 줄어든 것.
실제 경북 고령군의 다산주물단지의 경우 환경영향평가가 승인된 90년 4월로부터 공단기본계획승인(93년 8월)까지 4년 정도가 소요됐었다. 이처럼 산업단지 규제를 대폭 완화한 부서와 공무원은 매일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 제정한 ‘2009 규제개혁 도우미상’ 우수상을 받았다. 부서 우수상은 국토해양부 산업입지정책과(부서)에, 개인우수상은 당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과장에게 각각 돌아갔다.
특례법에 대한 평가는 시작부터 크게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은 산업단지 내 공장의 신·증설, 단지간 공장 이전 등이 쉬어져 민간의 산단 개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개발이익 및 투기목적의 산업단지가 난립하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월 경남발전연구원 손상락 선임연구위원의 ‘산업단지 특례법에 의한 산업단지 개발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경남에는 ‘산업단지 인·허가절차 간소화 특례법’이 시행된 지 1년6개월만인 올해 4월까지 72개 산업단지가 행정절차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6월 기준으로 경남에 이미 조성돼 있는 산업단지 114개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해당 보고서는 “이 중에는 공장입지를 허용하지 않은 농림지역이 30~40%, 보전관리지역이 10~15%를 차지하고 있어 법 규정이나 계획체계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며 “무분별한 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손질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산주물공단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는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주물공단 입주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자 예산군이 주민들에게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수백 년 동안 대를 이어 지켜온 청정지역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규모 산업단지로 뒤바뀌게 하는 간소화 특례법은 기업인만을 위한 불평등 특혜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지역언론연합 심규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