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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신년기획으로 서민들의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재래시장을 가다'를 마련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군내 오일장이 열리는 당진과 합덕, 신평 시장을 찾아 인심 넘치는 재래시장 풍경을 전한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준비하는 상인과 장을 보러 나온 서민들을 만나 새해 소망도 들어봤다.
덤과 흥정은 재래시장만의 ‘별미’
제철 만난 굴, 코다리, 꽃게 가득
1월 5일, 당진장날. 이른 아침부터 하늘이 묵직한 구름으로 가득하더니 점심 무렵 결국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대호지에서 아침 8시 버스를 타고 나왔다는 김씨 할머니는 내복부터 두꺼운 옷을 몇 겹이나 껴입고 작은 난로까지 챙겼지만 겨울바람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추운 날씨를 생각하면 뜨끈한 아랫목에 앉아 있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아니란다. 추워도 혼자 심심하게 집에 있는 것보다 사람 구경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에 나오는 게 좋다.
“노인네들이 어디 떼돈 벌려고 나오나.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까 장에 나오는 거지. 직접 캔 나물이나 이웃들이 농사지은 것들 싸게 사서 들고 나오는 거여. 이렇게 앉아서 건너편에 물건 팔러 나온 다른 할매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물건 사러 나온 사람들 구경도 하고.”
당진시장 내 공용주차장 담벼락에 자리를 잡고 앉은 할머니는 직접 캔 냉이며 달래, 이웃들이 농사지은 엿기름과 참깨 등을 가지고 나오셨다.
새해 들어 평일에 처음 열린 당진장에는 목도리며 두터운 겨울옷으로 중무장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눈발까지 날리는 추운 날씨 탓에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줄기는 했지만 제법 장날다운 풍경이다. 요즘 장에는 제철을 맞은 코다리와 홍합, 굴, 꽃게들이 많이 나와 있다. 꾸덕꾸덕하게 말린 코다리는 겨울철 별미반찬 중 하나로 인기가 좋다. 코다리는 한묶음에 7천원가량. 꽃게는 kg에 2만원선, 홍합은 kg에 3~4천원에 팔리고 있다. 물론 재래시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흥정과 덤은 여전하다.
생선을 파는 김순자 씨는 “재래시장 하면 덤과 흥정 아니겠냐”며 “남는 거 많지 않아도 깎아주고 깎는 재미에 재래시장을 찾는 거”라고 말했다.
신평면에서 시어머니 제사음식을 사러 나왔다는 윤재순 씨도 김씨에게 3천원이나 깎아 꽃게 2kg를 장만했다.
발길 잡는 겨울철 군것질 거리
뻥튀기, 부침개, 어묵, 호떡
겨울철 재래시장에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재미는 바로 다양한 군것질 거리들이다. 전통재래시장의 풍경을 대표하는 뻥튀기부터 겨울철 대표 간식 호떡까지. 양손 가득 무거운 장보따리를 내려 놓고 맛보는 간식들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22년간 튀긴 뻥튀기가 1000가마는 족히 넘을 거라는 이영구 씨의 뻥튀기 가게에는 손님들이 맡기고 간 콩을 비롯한 곡식들이 줄지어 부풀어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뻥튀기 대회가 있으면 내가 1등할 자신 있는데 말여~ 요새는 떡국 해먹고 남은 가래떡을 말려서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많아. 검은콩이랑 쌀도 여전히 많이 들어오고.”
시장 안쪽에 줄지어 들어선 순대국밥집과 국수집에도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상인도 손님도 새해소망은
‘건강과 경제회복’
27년째 당진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김옥연씨의 새해 소망은 “가족의 건강”이다. 장사를 하는 상인이니 ‘서민 경제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물론이다.
“지난해 흉작이라 시골 어머니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손님이 많이 줄었어요. 서민 경제가 좋아져야 우리처럼 저렴한 옷을 파는 시장 가게들도 사정이 나아질 텐데 말예요. 올해는 장사도 잘 됐으면 하는 게 소망이죠.”
“추운 날에는 과일이 더 잘 안 팔린다”며 걱정하는 박미순씨도 “올해는 경제가 좀 나아져 손님들이 과일을 더 많이 사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상인들 오일장으로 인한 피해 호소
당진재래시장 재개발 추진 중
장날이면 평상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찾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 상인들이 모두 장날 호기를 누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 상설로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은 장날이면 손님이 줄어든다. 시장 중심 도로를 따라 길게 들어서는 타지에서 온 오일장 상인들의 가판으로 손님이 몰리기 때문.
당진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이모씨는 “오일장마다 들어서는 타지역 상인들 때문에 장날이면 안쪽에 위치한 가게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줄어든다”며 “군에서도 오일장 타지 상인들에 대한 제재를 해서 지역 상인들을 보호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군에서는 수년간 대형마트 입점과 시설 노후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은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개발 방식과 주최에 대한 논란으로 사업 추진이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군은 전문가와 상인, 공무원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상인 주도의 시장 재개발을 추진키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