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인구는 4518만2606명이다. 총인구의 90퍼센트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토 중 도시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16.5%이다. 도시의 인구 집중은 대체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화하는 시점에 발생한다. 산업화시기 급속한 인구팽창을 경험한 유럽이나 미국의 대도시들은 산업화가 정착되면서 인구증가세가 감소하고, 오히려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도시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도시지역 거주 인구 비율은 1960년 39.1%에서 급속도로 높아져, 1995년 78.2%를 기록했고, 2005년 90.1%로 90%대를 넘겼다.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도시인구 집중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2009년 도시인구는 전년보다 34만여명 늘어났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인구 10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도시국가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경제적인 측면이고, 단점은 인간적인 측면이다. 우선 도시의 장점을 보자. 도시화는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도시의 경제력에 이끌려 유능한 인재들이 도시로 모여든다. 인구가 많다보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과 서비스 혁신이 이뤄진다. 덕분에 도시는 편리하고 화려한 거주공간이 된다. 도시화가 인간에게 편리와 풍요를 가져다 주었지만, 그로 인해 상실하는 것도 적지 않다.

건국대 의대 하지현 교수는 최근 저서 <도시 심리학>에서 도시문화 속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도시인들의 필수서비스 중 하나가 대리운전이다. 그들이 생면부지 타인에게 자기 자동차 열쇠를 순순히 맡기는 것은 “당장 얻고자 하는 것은 얻어야 하는 욕구”에 길들여진 때문이다. 도시의 밤과 밀접한 성매매도 즉각적인 쾌락에 익숙한 도시문화의 결과이다. 남녀간의 관계형성 과정이 부담스럽고, 쾌락을 지연시키고 싶지 않은 현대 도시인들 덕에 성매매 사업장은 보다 다양해지고 번성하고 있다. 편리하고 화려한 도시생활에는 떨칠 수 없는 불안이 깔려있다고 하교수는 설명한다.

도시인의 자아에 대한 불안과 자신감의 결여는 여성들로 하여금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로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불확실한 미래를 잠시나마 잊기위해 충동적 소비로 현실을 도피한다. 도시인의 불안은 첨단기술의 상징인 도시를 원시 샤머니즘과 결합시키기도 한다. 도시인들에게 점과 사주팔자는 여전히 인생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점술집을 찾아가고, 자신의 실수와 실패는 사주팔자 탓으로 돌린다.

한국사회의 경제성장은 도시화를, 도시화는 불안하고 우울한 한국인을 만들어냈다. 한국인 10명 중 9명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도시인의 모습은 곧 한국인의 모습이나 다름없다. 그들의 심리적 증세는 정신과 의사도 뾰족한 치료방법을 제시하지 못한다. 도시공화국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