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 '한국 노인의 달' 특별인터뷰

누구나 노인이며 누구나 미래의 노인이다

노인도 배우고

일하고 성취하며

행복할 수 있다

개교 10년 맞는 사설 합덕대건노인대학 학장

서금구

60세는 아가, 100세부터 청춘’

올해로 100세를 맞은 미국의 노인 프레드릭 윌리엄 선더맨 박사는 지난 4월 미국 고용직업훈련청이 정한 최고령 노동자로 뽑혔다. 그는 ‘의료실험과학’지(誌) 편집인으로 젊은이들처럼 하루 8시간 근무하며 세미나 준비와 현장실험으로 바쁘다.

그는 자서전 '회고의 시간(A time to Remember)'에서 “장수와 건강의 비결은 매일 작업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좌우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얼마나 하찮은가. 반면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볼테르의 명언이라고. 그는 아직도 희망과 소명을 가지고 미래에 도전하는 직장인인 것이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해다. 특히 10월은 한국 노인의 달.

노인문제가 더이상 일부 극빈 노인의 생계문제나 의탁할 곳 없는 노인들의 불행의 문제에 그치지 않음을 널리 함께 인식하자는 뜻인 것 같다. 그렇다면 ‘노인문제’를 말할 때 그 문제란 무엇일까?

선더맨처럼 100세 넘어까지도 사회에 기여하며 일과 건강과 보람·행복을 누리며 살아야할 인간의 천부권리와 그것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현실사회의 괴리문제인가?

10년 넘게 노인복지에 종사해온 서금구(67세) 대건노인대학 학장님의 의견이 궁금했다.

노인과 관련된 서금구 학장님의 이력은 군소도시인 당진군, 특히 합덕이라는 작은 지역에서 일찌감치 노인대학을 설립해 운영해 왔다는 한가지로 충분하다.

변화하는 세상의 기류와 활기로 늘 환기되는 곳. 노인교육과 만남의 공간으로 대건노인대학이 해를 넘겨온지도 벌써 열번이 넘었다. 그런만큼 이제 노인문제는 대건노인대학으로 통한다.

“노인문제를 보는 시각은 훨씬 폭넓어져야 해. 노인문제는 모든 노인이 안고 있는 사회적인 소외문제지. 노인정책이 수십년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정년이 단축되고 젊은 노인들이 양성되고 있잖아? 그들이 그 수많은 시간동안 갈고 닦은 실력과 경륜을 포기하고 집안에, 경노당에 틀어박혀서 ‘난 이제 쓸모없소’ 하고 있어야 옳겠어? 노인정책! 사회적인 인식! 모두 그만 달라져야지.”

서 학장님의 말씀은 단호하다.

사회와 가정에서 주인자리를 빼앗기며 어느 순간 사회의 주변으로 물러앉게 되는 노년층.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유아기, 아동기, 청년기, 장년기를 거치듯 필연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노년기를,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은 피해가 주기를 염원하는지 모른다.

그 지독히도 소외된 자리, 그동안 ‘노인’하면 따라 붙었던 빈곤한 노인, 홀로 된 노인, 버림받은 노인, 망령 든 노인 등 동정과 연민 속에 마치 혐오집단처럼 인식되기에 이른 그 자리를 누구도 당당히 나의 자리라고 꿰차고 들어앉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우리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해놓은 자리는 고작 그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생긴 가장 큰 문제가 노인 스스로 노인임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거야. 아니면 노인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모멸감과 소외감, 우울증의 고통을 안게 된다는 거지.”

그동안 노인대학 안팎의 많은 노인을 접하며 노인들간의 두터운 계층(?) 갈등을 겪어온 서 학장님의 고충이기도 하다. 많이 가졌을수록, 많이 배웠을수록 노인집단 속에 섞이지 않으려는 버팀이 필사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쩌면 노년기에 홀로 차분히 한가지에 몰두하면서 삶을 정리해 나가는 것도 의미있지 않을까.

그러나 서 학장님의 말씀은 또 한번 단호해진다. 진정으로 ‘혼자’있을 수 있으려면 타인들과 원만하고 두터운 신뢰관계가 필수다. 그렇지 않은 ‘혼자’란 필시 ‘고립’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이다.

“젊은 사람들이 노년의 삶을 이해하기는 어려워. 지금껏 우리나라 노인학 역시 서구이론 갖다가 옮겨놓는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인현실을 개선하는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어. 그것은 노인들의 특수한 상태, 거기서 오는 심리적인 특성을 노인들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노인문제는 노인들 스스로가 제기하고 개척해나갈 분야라고 생각해. 뭐니뭐니해도 노인들 스스로 현재 자신들의 상태에 대한 공감대와 허물없는 동료의식이 우선이라고 볼 수 있지.”

서 학장님이 노인에 대해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건강한 노년생활을 방해하는 '치매'와 '여성노인들의 고립'이다. 특히 치매가 고립된 생활과 스트레스, 활발한 두뇌활동과 사회활동의 부족에 원인이 있다고 볼 때 노인들의 사회활동공간과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로서는 가장 의미있는 해결책이라는 것. 그것은 지도자나 교육자가 없어 관계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하루종일 쪼그려 앉아 있어야 하는 경노당과는 다른 곳을 뜻한다.

“노인들도 각자 특기와 개성이 있어, 그에 맞게 적절한 역할을 가지면 누구든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되지. 그렇게 서로 화합을 이루고 적절한 운동과 대화, 오락, 교육, 봉사로 사회성을 발달시켜나가면 노인들도 사회적으로 성취와 행복을 누릴 수가 있지. 혹시 노인들에게 건강욕구만큼이나 지적인 욕구가 강하다는 거 알고 있어?”

학장님의 느닷없는 질문이다. 몰랐던 일이다. ‘배움’ 그 자체가 노인들에게 커다란 만족감과 안도감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 노인대학에 그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가끔 있는데 ‘우리 어머니가 달라지셨어요’, ‘우리 아버지가 달라지셨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야. 노인대학활동이 가족관계 개선에도 썩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지. 자, 봐. 그분들은 어느 정도 안정만 찾으면 절대로 성급하지 않아. 그리고 인내하고 자녀들 사랑하는 데 우리 노인들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어디 있어?.”

학장님의 말은 같은 처지의 노인들에 대한 염려와 애정, 그리고 자부심으로 차 있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 이상, 여느 시골노인과 다름없는 수수한 점퍼차림에서 이제 더이상 유수한 대학을 나와 국내 최고의 일간지 정치부 기자생활을 했던 도도함은 찾아볼 수 없다.

박정희 정권시절 기사 하나 때문에 해직되어 일본을 다녀왔다. 돌아와 예산의 어느 시골에서 사재를 다 털어 사설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었었다. 천주교 성인 김대건 신부의 성지 우강 솔뫼 피정의 집 관리를 맡아 11년간 그곳에서 청소부와 정원사, 보일러공 노릇도 했었다. 학장님은 보일러 기사 자격증도 가지고 계시다. 이 모두가 자신을 비워내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합덕에 대건노인대학을 시작한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마침 대건신협이 새 사옥으로 이사를 하면서 낡은 건물이 비게 되었기 때문이고 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고향에 파묻혀 수년간 수천권의 책을 독파하며 얻은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젊은시절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 그리고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단련하며 얻은 인도주의적인 정신 때문이다.

합덕대건노인대학이 문을 열어 4년제 수업을 하고 최초의 졸업생 '덕사(德士)'들을 배출한 지도 6년이 넘었다. 서 학장님의 특허품이기도 한 '덕사'. '지식과 인성교육의 전당' 합덕대건노인대학은 이제야말로 한계에 온 노인문제 해결의 새 모델로 각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김태숙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