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보물 당진삼베
고대면 용두·슬항리 아낙들 ‘삼베짜기’ 전통이어
‘대마수확’에서 ‘베짜기’까지 전공정 손으로
값싼 중국산 바람에도 연간 1,300필 생산
‘진품’ 아는 소비자들에 각광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은 신속함과 대량생산체제가 각광을 받는 기성품시대에 여간한 인내심과 고집이 없으면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게 그거 같은’ 물량주위시대에 싫증을 느낀 소비자들이 생겨나면서 전통을 살린 문화나 제품은 가장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지역에도 마치 숨겨져 있는 보물같은 전통이 살아있다. 바로 삼베짜기다. 이른 봄이나 겨울 농한기에 고대면 용두리·슬항리를 찾아가면 삼베짜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눈코 뜰새없이 바쁜 농번기여서 모두들 임시휴업상태지만 추수가 끝나는 대로 삼베 공장의 불빛이 다시 밤을 환하게 밝혀줄 것이다.
이들 마을에서 삼베짜는 아낙네들은 모두 254명. 연간 1,300필을 생산해 국내 삼베생산량의 4.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값싼 중국산 삼베와 수입원사로 제조된 모조 국산이 물결을 이루는 삼베시장에서 100% 국산삼베를 찾는 소비자들이라면 주저없이 당진삼베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듯.
대부분 50대 이상인 이곳 아낙네들은 6월 모내기 전에 봄부터 재배해온 대마를 수확해 찌고, 껍질을 벗겨 햇빛에 말리고, 잿물에 담궈 표백시키고, 바탕이 부드러워지도록 쌀겨물에 담그고, 숯불을 피워 풀을 먹여 질기게 한 다음, 베를 짜기까지, 어느 아낙네의 말처럼 책 한권 써도 모자랄 만큼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공정을 모두 거쳐 삼베를 생산해낸다.
특히 당진삼베는 완성된 삼베를 다시 한번 잿물에 담가 기름때 등 여러 불순물을 제거해내는 공정까지 거쳐 다른 국산 삼베와 달리 세탁을 해도 변형이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96년부터 물밀듯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산과는 물론 비교가 되질 않는다. 국산 삼베가격의 1/6 수준으로 국내 삼베시장의 무려 70%를 점령하고 있다는 중국 삼베는 표면이 매끄럽고 색상이 환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지만 린넨, 면, 중국자생마 등이 혼합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중국삼베는 한번만 세탁해도 구김이 가고 보푸라기가 일어 금새 질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수의로 사용될 경우 제대로 썩질 않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이에 반해 당진삼베는 100% 국산 재료를 이용,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함으로써 매우 견고하고 위생적이다.
이러한 당진삼베의 진가를 아는 소비자들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홍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데다 삼베가 지금은 대개 수의용으로만 소비되는 등 시장이 한정돼있기 때문.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윤달이 낀 해에 수의를 장만하면 좋다는 속설에 진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하나도 남김없이 팔렸다고 한다. 당진삼베가 개척해야 할 부분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당진삼베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판로를 개척하는 게 급선무. 또 수의용으로 단일화 되어있는 용도를 천연염색을 통해 생활한복이나 침구, 방석 등 생활용품으로 소비되도록 다양화 시키는 일 등이 그것이다.
농업기술센터 생활지도담당 심화섭씨는 “당진삼베 생산농가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체계적인 홍보와 신제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기지시줄다리기의 이미지와 연계해 지역특산물로 지정·육성하는 방안도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당진군은 삼베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용두리 삼베공장을 시작으로 올해 슬항1·2리에 삼베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당진삼베 구입문의 : 353-8653(농가대표 이재신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