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막걸리는 농주라고 부를 만큼 서민들에게 친숙한 술이었다. 특히 땀 흘리고 일한 농부들의 갈증을 덜어주는 음료였다. 오랜 세월 ‘서민술’로 사랑 받아온 막걸리가 최근 들어 각종 영양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항암 효과와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젊은이들에게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알려지는가 하면 막걸리 화장품, 막걸리 빵, 막걸리 비누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을 정도다.

세월이 흐르면서 막걸리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지만 막걸리의 모양새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쌀이나 보리 등을 쪄서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켜 먹던 막걸리에 몸에 좋다는 각종 첨가물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막걸리 열풍에 따라 당진에도 새로운 막걸리가 출시돼 화제다. 특히 주류 회사나 양조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만들었다는 점이 더 주목할 만하다. 그야말로 옛 ‘농주’인 셈이다. 순성왕매실영농조합(조합장 황철연)이 만든 순성왕매실막걸리가 바로 그 것이다.

남원천 둑방에 꽃 피고 왕매실 열리기까지

순성왕매실막걸리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8년 군은 순성 남원천을 정비했다. 하지만 넒직한 제방둑은 사람 하나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잡목이 우거져 있었다. 깊이 뿌리를 내린 잡목들로 남원천 정비가 무색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지역주민들은 고민 끝에 남원천 제방둑을 살릴 묘안으로 ‘매실나무’를 선택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잡목 제거에 나섰어요. 거친 나무를 제거하면서 손바닥에 피가 나는 건 예삿일이었죠. 그래도 널찍한 제방둑을 그대로 두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어요. 그리고 2001년부터 출향인들에게 매실나무를 헌수 받아서 심기 시작했죠.”(황철연 조합장)

지역주민들은 고향사랑 나무심기운동을 시작했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 고향을 떠나 사는 출향인들에게 고향을 아름답게 가꿀 매실나무를 헌수 받아 남원천 제방 20km에 3만여 본의 매실나무가 식재됐다. 봄이면 매화가 피고 많지 않지만 알찬 매실이 달리기 시작했다. 순성면과 지역주민들은 매년 꾸준히 매실나무를 심었다. 해가 갈수록 매실나무가 자랐고 매실도 더 크고 단단해졌다. 물론 양도 늘었다.

“처음에는 매실나무를 심으면 꽃도 볼 수 있고 매실은 지역민들이 나눠 먹을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죠. 헌데 해가 갈수록 매실나무가 튼튼하게 자라 매실 양도 늘어났어요. 자연스레 소득창출이 가능해지더군요.”

당시 면장이었던 이상훈 이사는 순성의 매실나무 가꾸기를 주도했다. 이후 순성의 매실나무는 거문들권역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에 포함돼 특화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2006년 순성 농민들로 구성된 왕매실영농조합법인은 매실 생산과 함께 매실따기 체험행사를 열고, 매실막걸리 제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순성쌀, 매실로 제2의 소득 창출

순성왕매실막걸리의 주재료는 모두 순성에서 나고 자란 것이다. 순성왕매실은 애초부터 주민들이 심고 가꾼 것이다.

이재길 광천리장은 “남원천에 매실나무를 심고 첫 수확을 했을 때 마을에 1천여 만원의 소득이 생겼다”며 “순성매실은 남원천을 끼고 있는 봉소리, 광천리 등 마을 주민들이 구간별로 가꿔 마을 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일 년 동안 가꿔 수확한 매실을 모두 순성매실영농조합에 납품한다. 농산물 판로가 관건인 요즘, 지역민들이 수확한 매실을 지역 내 농민들이 모여 만든 조합에서 전량 수매해주니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가 가능해졌다.

막걸리의 주재료인 쌀도 물론 순성 것이다. 최근에는 보다 확실한 유통망 구축을 위해 순성쌀을 계약재배해 공급받는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막걸리를 대량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농사만 지어온 터라 기술 습득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판로를 확보하는 마케팅에 익숙지 않았다. 농민 조합원들은 전국 막걸리 공장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작했다. 동네 젊은이인 오신환(29) 씨가 팔을 걷고 나서 5개월간 막걸리 제조 기술을 전수 받았다. 이밖에도 고려대와 신성대학에서 합동으로 컨설팅을 해 매실막거리를 개발했고 초빙된 연구진들이 매실막거리의 맛을 내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지난 28일 순성왕매실막걸리가 출시기념식을 열었다.

순성왕매실영농조합원들은 앞으로 연간 440만병을 제조해 40억원의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수익원으로는 환원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이 직접 심고 가꾼 매실과 쌀로 만드는 만큼 맛과 영양만큼은 자신있단다. 조합원들은 누구나 마시고 싶은 막걸리를 생산해 지역민들의 든든한 소득창출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지난 28일 출시 기념식을 가진 순성왕매실영농조합은 1일 750ml병 기준 1만7천병을 생산해 군내 농협 마트와 식당 등에 납품하고 있다. 추후에는 출향인들을 통해 타지역으로도 납품할 계획이다.

■순성매실영농조합원 명단

이상훈, 신창대, 이근성, 황철연, 구자현, 김재인, 한문우, 이석염, 이상만, 김관회, 이기조, 원종성, 신용철, 이호성, 이상하, 구찬회, 김수천, 이병덕, 홍정표, 이호식, 김병영, 이병헌, 안경원, 원정희, 정칠화, 유창열, 이경열, 이영한, 이병호, 한흥수, 이병문, 장영식, 오영근, 이진용, 이재길, 오택환, 허익회, 황인상, 성락인, 김광석

■막걸리 구입처 및 문의 : 군내 농협 하나로 마트(소비자가격 약 1200원) / 소비자 상담 041-354-1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