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한국농어촌공사 박재순 사장이 당진을 방문해 석문간척지 피해대책위원회(회장 조봉현)를 만나 석문간척지 피해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취임 11일만에 당진 현장을 찾은 박재순 사장은 “석문간척지의 타 작물 재배에 대한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며 “이달 중으로 내년도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책위와 농민들이 올해 농사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자 “처음부터 사료나 타 작물 재배가 안되니 계약을 안 하는 것이 원칙으로 봐야 한다”, “쌍방 계약을 하지 않았는가”, “계약서를 보지 못했다” 등의 발언으로 농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 같은 박 사장의 말에 농민들은 “계약서대로 밭작물이나 사료작물을 심었고 심지어 사비를 털어 비료, 거름을 주고 스프링쿨러까지 설치해 물을 주었지만 수확때 10%도 건지지 못했다”며 “계약서에 80% 이상 수확을 하지 못했을 경우 보상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어 알아봤지만 절차가 복잡할 뿐더러 피해에 대한 일지를 요구하는데 그나마도 정책 전달 시기가 늦어 6월에는 종자조차 심지 못했을 때”라고 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이에 박재순 사장은 함께 자리한 농어촌공사 담당자에게 “계약서를 제대로 이행한 사람이 피해가 있다면 공사 측에서 이미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보상신청을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시하며 “제대로 정부 방침에 따라 피해를 본 농민에 대해서는 보상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탈락된 법인도 많은데다가 이미 체결된 계약서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며 “계약서 이행 여부를 떠나 정부의 정책 실패로 피해를 본 농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끝내 수긍하지 않았다. 다만 “이달 중으로 농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대책을 내놔 내년에는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다려 줄 것을 요청했다.
박재순 사장과 대책위의 면담은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석문방조제 관리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회의에는 대책위원들뿐만 아니라 석문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은 농민들과 지역주민들이 대거 참여해 2시간 가까이 의견을 개진했다.
면담에서 나온 농민들의 다양한 의견들
“석문간척지 벼밖에는 식재 안된다”
김희봉 대책위 집행위원장 : 타 작물과 벼 재배가 가능한 지역을 구분한다는 개선책은 받아 들일 수 없다. 정책실패는 인정하면서도 농민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 대책은 없다. 농민들이 계약했으니 책임도 알아서 지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임대료 전액 감면과 피해보상을 강력히 요구한다 .
강사용 전농 충남도의장: 농어촌공사와의 계약을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타 작물을 심어서 손해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빚을 진 사람도 많다. 농어촌공사는 위탁관리하고 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내년에는 계약 위반 여부를 떠나 모두 수도작을 심겠다.
이종섭 당진군농민회 사무국장 : 농민들의 피해가 막심한데 담당 공무원에게 정부 포상을 주겠다는 것은 황당하다. 공무원은 지역 농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고 계약 위반만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 담당 팀장의 정부 포상은 용납할 수가 없다.
이희조 당진군농민회장 : 농어촌공사의 소유인 대호환경사업소에서는 왜 쌀을 심으면서 농민들에게는 사료와 타 작물을 재배할 것을 강요하는가. 농민들에게는 땅을 빼앗아 사료작물을 심게 하고 자신들은 쌀을 심는게 말이나 되는가. 쌀 감산 정책에 따른 타 작물 재배를 시험하고자 한다면 우선 대호환경사업소에서 시연을 거쳐야 한다.
소광철 농민 : 벼와 타 작물을 구분해 심는다고 했는데 서산부터 당진천을 따라 우수가 모두 석문간척지 담수호로 내려온다. 담수호의 물이 많으면 역수가 되어 그대로 석문간척지로 넘친다. 석문간척지는 수도작 외에는 타 작물을 식재할 수 없다.
조민형 농민 : 우기에는 염분이 가라 앉지만 해만 들면 소금기가 올라온다. 밭작물이 소금기에 절여져 자랄 수가 없다. 수도작이 아니면 안된다.
호명도 농민 : 우리 마을의 영농조합만 예를 들면 종자값만 1천만원이 들었다. 그 외에 장비대, 인력비 등을 따지면 더 많은 돈이 투자됐다. 하지만 수확은 전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료를 내야 하는가. 임대료를 전체 삭감해 달라. 보상도 있어야 한다.
조익현 : 자율경작권을 달라. 우리 영농조합의 경우 수단그라스를 심고 그 뒤에 마늘과 배추를 심었다. 배추는 전부 실패했고 마늘도 물을 안주면 노랗게 변한다. 타 작물을 심으려면 전기시설이 필요해서 사비로 전기도 끌어오고 스프링쿨러까지 설치해 온갖 노력을 다했지만 수확은 전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