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 화재 일가족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여 만인 지난달 31일 화재현장을 찾았다. 화재현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큰길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화재 현장엔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보여주듯 황폐해진 모습이었다.
집 앞마당엔 천안에 사는 아들 김 씨의 것으로 보이는 검은 승용차가 아직도 주차되어 있었으며 마당엔 강아지 세 마리가 뛰어 놀고 있었다. 집 사방을 두른 경찰 수사선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또한 집주변 곳곳엔 김 씨의 부모가 사용했던 농기계와 농사용 기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문 안 집 안마당은 더욱 참혹했다. 집의 지붕은 화재로 내려앉아 있었고 집안 내부의 가제도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마을회관을 찾았으나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마을에 큰 사건이 발생했으니 마을회관에 나와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 분위기는 아닐 듯 싶었다. 화재 현장 인근의 한 농가를 다시 찾아 갔으나 집을 지키는 개만 낯선 손님을 경계해 짖어 댈 뿐 인기척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어렵게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난밤 경찰의 수사 소식을 방송을 통해 들었다”며 “무서워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청심환을 먹으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다”며 “경찰의 발표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김 씨는 내성적이지만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묵묵히 부모의 일손을 돕는 착실한 아들이었다.
또한 김 씨의 부모는 억척같이 일만하며 허튼데 돈을 쓰지 않는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부부지간 일손도 잘 맞아 노부부 둘이서 밭 3천평과 논 6천평을 경작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을 사람들이 일손이 부족해 도움을 요청하면 군말 없이 일을 도와주는 착한 이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을 넘게 두 부부와 아들 김 씨를 지켜봐 왔다”며 “방송에 나온 경찰의 발표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에 대해서도 “어려서부터 최근까지 지켜보아왔지만 부모 속 썩힌 적 없고 형제들 간 우애도 좋았다”며 “설 명절 며칠 전에도 아버지 생신을 천안 아들네에서 치르고 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김 씨의 직업이 변변하진 못해도 부모나 누나, 동생들에게 어려운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김 씨의 누나가 말한 것을 들었다”며 “가족들도 경찰의 발표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