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총선이 정파의 이익을 쟁탈하는 장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경쟁이 되길 소망한다. 그래서 국민 생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공약 경쟁이 있기를 바란다. 그중의 하나로 입시제도 개혁을 위한 공약 경쟁이 있기를 바란다,

명문대에 보내려면 조부모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 동생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이 우스개 소리로 널리 알려졌지만, 그만큼 입시 당사자들의 고통은 적지 않다. 그러나 요즘 대학입시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백여 개의 4년제 대학이 올해 내놓은 수시전형의 유형은 무려 2500개가 넘는다. 학생도 학부형도 담임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입시 제도를 뚫고 대학에 진학하는 일은 규칙도 모르면서 경기장에 선 선수와 같은 일이다. 코끼리 뒷다리 잡기 식의 대학 입시를 위해 일부에서는 컨설팅 학원에 500만원씩 하는 고액을 주고 맞춤형 수시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현행 대학 입시 제도는 2008년부터 시작된 수능등급제, 내신등급제, 대학별 자율결정이라는 틀로 만들어졌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확대, 적성검사 진행, 다양한 외국어 성적 요구 전형, 다양한 경력이나 활동에 대한 포트폴리오 요구 전형 등 나름대로 우수한 인재 선발을 위한 다양한 전형 방법을 강구해 냈다.

문제는 현재의 수시 전형은 상당 기간 동안 수시전략에 맞추어 ‘스펙’ 관리를 한 경우라야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상당 기간의 스펙 관리를 위한 학부모의 적극적인 개입과 상당한 사교육비의 부담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교과내신, 비교과내신, 수능, 논술, 면접, 수시1, 수시2와 같이 대학입시가 복잡해질수록 돈과 시간이 많은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교육만큼은 공정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수시전형 지원을 위한 비용도 엄청나다. 대체로 7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서 책정되는 전형료는 수시전형 제한이 없고 같은 학교에 중복해서 두 번의 수시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대학이 많아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도 지원이 가능하다. 2013년부터는 5번으로 제한한다고 하지만 수시 경쟁률이 40:1을 넘는 곳이 많아 부담은 적지 않다. 2010년 기준으로 고려대는 47억원, 성균관대는 46억원을 전형료로 벌었다고 하니 수시 전형료로 대학건물 하나가 올라간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다. 수험생의 불안을 이용해 대학의 이익 추구와 학원의 장삿속의 합작품이 수시입학제도가 되었다.

대학입시 제도를 16차례나 바꾸었지만 바꿀 때마다 복잡해지는 제도로 인해 학생들의 부담과 사교육비는 늘어만 갔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변화가 대학경쟁력을 높였는가 하면 그 결과는 신통치 않다. 대학의 경제사회부합도가 세계 최저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개선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입시제도의 변화가 대학경쟁력과는 상관관계가 없다. 15세의 교육경쟁력을 보여주는 국제학업성취도(PISA)의 결과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대학 입시와 대학교육과정은 신통치 못하다. ‘대학의 자율성과 변별력 강화’를 앞세우면서 ‘입시 공정성과 사교육비 절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입을 위한 과다경쟁 구조를 당장 바꾸지 못하더라도 입시 제도를 단순하게 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낭비를 막는 길이다. 복잡하고 부담스럽고 부자에게 유리한 대학 입시 제도를 단순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입시제도로 바꾸는 일이 시작되어야 한다. 수시를 줄이고 정시를 늘리며 수능과 내신으로 입시 제도를 단순화하는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아니라 실력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또 교육을 통해 계층 간의 신분 상승의 기회를 주는 입시제도의 개선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책 경쟁이 총선에서 이루어지길 바란다. 본래 정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