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당진시장 도로에 상인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당진시장 관리는 당진읍에서 책임지고 있었다. 당시 당진읍장을 맡고 있던 장준섭 읍장은 구터미널 인근에서 장사를 하고 있던 상인들에게 장사할 곳을 제공하기 위해 당진시장 도로 중앙에 포장마차를 만들어 장소를 제공했다. 행정에서 쫓아내려고 하는 장소는 애초에 행정에서 만들어 준 자리였던 것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당시 도의원에 출마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장준섭 전 당진읍장이 인기관리를 위해 상인들에게 도로 중간에 자리를 마련해줬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행정에서 마련해 준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자리를 옮기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그것도 술집과 식당이 늘어선 좁은 골목으로 내모는 것은 우리더러 죽으라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진시가 상인들이 장사하도록 마련한 대체지는 당진시장 5일장 골목 안쪽이다. 원래 목적은 5일장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지금은 술집과 각종 가게들이 들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 그동안 관리를 맡아 왔던 당진읍과 당진시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당진시가 시장 관리를 손 놓고 있던 사이 시장은 불법 매매와 임대 거래, 거리 점유, 점포 확장 등이 광범위하고 공공연하게 이뤄져 손 쓰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외지 상인이 우선(?)
당진시가 시장 도로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시장 안으로 이동시켜려고 하는 데는 통행권 확보를 통해 도로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5일장이 서는 장날이면 시장에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동부대로까지 외지 상인들이 들어온다. 장날 장사가 잘 된다는 소문을 듣고 모여든 전국 각지의 상인들이 점차 늘면서 규모가 점점 확대됐어 왔다. 문제는 상인들이 들어선 곳 주변의 교통이 마비되는데 있다. 운전자들은 장날 도로가 막히는 것을 우려해 해당 도로를 우회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게다가 해당 도로는 버스가 지나다니는 노선임에도 불법 주정차 차량과 사람들이 엉키며 상습적인 정체를 빚고 있다.
당진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지 상인들을 당진시장 내 도로로 한정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장사를 하고 있던 상인들이 골목 안으로 내쫓기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외지 상인들이 장사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민들을 골목으로 내쫓는 곳이 어디있냐”며 성난 목소리를 높였다.
당진시가 외지 상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일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강제 이동이 이뤄질 예정인 도로변 포장마차 상인들은 14명이 불과한 데 비해 외지 상인들로 구성된 전국 5일장 연합회는 구성원이 수천명에 달해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진시는 5일장연합회 회원들이 이철환 당진시장과 만나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며 데모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전한 후 외지 노점상 정비를 6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재건축보다 재정비가 우선”
지역 상인들과 외지에서 5일장을 찾은 상인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장사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해답은 당진시장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인수 당진변영회 회장은 “현재 어시장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보다는 당진시장에 대한 일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며 “현재 시장 안쪽은 상권이 죽어 있는데 통행로를 충분히 확보하고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당진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지역 상인들이 더욱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