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예술이 그렇겠지만 서예는 특히 ‘정신’이 강조된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하지 않으면 글씨가 바르게 써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술의 문제와 이어지는데 한 손으로 가벼운 붓을 들고 글씨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정신집중은 필수다. 그러니 팔이 자유스러워야 한다는 점은 붓글씨 쓰기의 정신집중과도 뗄 수 없는 조건이다.

헌데 중풍으로 반신불수가 되어서도 서예가로서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이가 있다. 서예가 허영상 씨는 뇌출혈로 쓰러진 후에도 지독한 재활운동과 정신력으로 병을 이기고 굵직한 서예대회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25년째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1989년에 결성된 새터서회(회장 이숙자)는 허영상(65) 작가의 제자들로 이뤄진 서예모임이다. 서산과 당진을 오가며 제자를 가르치고 있는 허영상 작가는 정년퇴직을 몇 해 남기고 공무원 생활을 접었다. 어릴 적부터 가까이 했던 서예를 제대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 더 서예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하나만 열심히 해도 최고가 되기 어려운데 일까지 하면서 하려니 부족하더라고요. 아내의 적극적인 지지가 아니었더라면 할 수 없었겠죠.”

그렇게 본격적으로 서예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을까. 허 씨는 갑자기 쓰러져 퇴원 후에도 누군가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제대로 앉아 있기도 힘든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서예에 대한 열정은 병마도 꺾지 못했다.

“제자를 더 키우고 싶었어요. 서예를 더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죠. 정신력으로 버텨가면서 재활운동을 했어요. 이제는 누군가의 부축 없이도 앉아 있을 수 있고 글씨도 쓸 수 있을 만큼 회복됐죠.”

허영상 작가는 병마를 이겨내고 한국서가협, 한국서도협 초대작가의 대열에 올랐고 이후에도 수많은 단체전과 각종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연구해야 뒤처지지 않아요. 서예뿐만 아니라 모든 배움이 그렇죠. 눈만 뜨면 항시 글씨를 연구하고 생각해요. 하루라도 붓을 잡지 않은 날이 없죠. 며칠만 붓을 잡지 않으면 글씨가 제대로 안 써지는 걸요.”

허영상 작가는 “당진과 서산에서 훌륭한 제자를 발굴해 뒤를 이을 수 있는 작가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췄다.

허양상 작가는 읍내동 우체국아파트 106호 아름다운 글 연구소(352-1999)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서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서예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허 작가로부터 붓글씨를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