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슈들을 주제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 기획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각종 교육 제도들에 대한 지역 구성원들의 의견을 통해 과연 아이들 교육에 올바른 정책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인터뷰원이 자녀의 학교생활, 본인의 직장생활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해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익명으로 처리했다.

2011학년부터 초, 중, 고교에 적용된 새로운 수업 편성방식인 집중이수제는 특정 과목을 일정 기간에 몰아서 학습하는 방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한 과목의 수업을 특정 학기나 학년에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각 학교는 사회군(사회·도덕), 과학군(과학, 기술, 가정), 예술군(음악, 미술)과 같이 유사한 과목끼리 교과군을 묶어 각 과목별로 수업시간만 충족시키면 수업을 언제, 어느학기에 실시하느냐는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로 인해 당진의 학교에서도 예외없이 집중이수제가 실시되고 있다. A학교는 역사가 집중이수 과목으로 결정돼 특정 학년이 하루에 2~3시간 씩 역사 수업을 받고 있다.

한편 블록타임제란 현행 45분 한 시간 수업을 2시간 이상 묶어서 연속적으로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수업 방식이다. 집중이수제에 비해 시행율은 적지만 블록타임제 방식으로 집중이수제를 진행하는 학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러 학년에 걸쳐 이수하는 과목을 학년별로 집중 이수하거나 1년 동안 이수하는 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 이수하는 집중이수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3년 혹은 1년에 나눠 공부하던 것을 몰아서 배우다보니 일부 학생들이 진도를 따라오길 버겁게 느끼거나 쉽게 지친다고 전했다. 특정 과목을 몰아서 수업하다보니 담당 교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전학을 갈 경우에는 학교마다 집중이수 과목이 달라 생기는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 집중이수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학교마다 자율적인 시행이 가능해 특성화할 수 있다는 의견과 시험과목이 전체적으로 줄었다는 것이 이유다.

교사, 의견

ㄱ교사(A초등학교) : 초등학교에서는 집중이수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집중이수제라는 것이 쉽게 이야기해 특정 과목을 1학기에 몰아서 다 가르치고 2학기에는 다른 과목을 몰아서 가르치는 것인데 초등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과목을 골고루 조금씩 가르치는 것이 더 좋다. 또한 초등학교의 경우 전학이 잦은 편인데 학교마다 집중이수하는 과목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더 편리한 제도도 아니다. 블록타임제의 경우에는 교과별로 학습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면 좋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미술은 한 시간 내에 다 끝내기가 어려운데 블록타임제를 실시하면 효과적이다.

ㅅ교사(B중학교) : 체육과목의 경우에는 집중이수제가 도움이 된다. 헌데 다른 과목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특히 담임교사의 경우 집중이수과목 담당일 경우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에 한번도 수업을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면 학생들과 친밀한 생활지도를 하기가 어렵다는 애로사항이 있다. 또 한 학기에 집중해서 과목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가 부족해서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지원해 줘야 하는 일도 있다.

ㅇ교사(C중학교) : 집중이수제의 폐해는 심각하다. 중학교의 경우 과학, 역사를 주로 집중이수과목으로 선택하는데 두 학기에 걸쳐 배워야 할 과학을 한 학기에 몰아서 배워야 하다보니 학생들이 이해하고 따라오기가 어려워 쉽게 지친다. 교육과정은 학년마다 학기마다 학생들의 연령에 맞게 만들어지는데 3학년이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1학년때 몰아서 다 배우라고 하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학을 갈 경우 더 문제가 되는데 교육청에서는 방학 때 배우지 못한 과목을 이수하면 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학 때 나와서 하루 종일 한 학기에 배울 수업을 몰아서 한다면 공부가 되겠는가. 집중이수제는 조삼모사다. 11과목 배우던 것이 줄어 학습 부담이 준다고는 하지만 결국 같은 과목을 몰아서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학습 부담은 늘고 학습 효과는 떨어진다.

ㅂ교사(D초등학교) :  집중이수제로 교사가 부족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역사 등 한 과목을 몰아서 가르쳐야 하다 보니 교사가 부족하다. 그래서 다른 학교에서 교사를 지원받아 수업을 하는 형편이다. 아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두세시간씩 한 과목만 수업을 해야 하니 지루해 한다. 학습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ㄱ교사(ㅌ중학교) : 집중이수제로 같은 과목을 수업하다 보니 학생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어떻게라도 따라오겠지만 보통의 학생들은 2~3시간 씩 한 과목을 수업하면 나중에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늘어 수업 지도를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학부모, 사회단체, 학생, 장학사의 의견

학부모 김모씨(채운동, 고1 자녀) : 집중이수제나 블록타임제나 정책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시위주의 한국 교육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집중이수제를 핑계로 인문과목을 몰아서 끝내고 고학년 때 국영수 위주의 수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음악, 미술, 역사, 도덕 등과 같은 과목은 생활 속에서 나눠서 꾸준히 배우고 익혀야 하는 과목이 아닌가.

학부모 이모씨(읍내동, 자녀 중3, 고2) : 고등학생이라면 다음 학년에 배워야 할 과목을 1년 당겨 배운다고 크게 어려울 것 같을까 싶지만 중학생은 어려울 것 같다. 특히 고학년 수업을 저학년 때 당겨서 몰아 배우면 아이들이 공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 같다. 아이들마다 성적 차이가 있어서 편차가 더 심해지지 않겠는가.

학부모 노모씨(자녀 초2) : 집중이수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학교의 수업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 학부모들에게 상세히 설명해주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다. 집중이수제, 블록타임제에 잘 알지 못하지만 아무래도 여러과목을 골고루 꾸준히 공부하는 게 아이들에게 더 좋을 것 같다. 음악이나 미술의 경우에도 어려운 국영수 과목 중간중간 꾸준히 해야 아이들이 숨을 고르고 식힐 수 있을 것 같다.

조상연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 : 집중이수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입시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대로 목적이나 성격에 맞게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수업이 토론제 학습이 아니라 주입식 교육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2시간씩 한 과목에 집중하라고 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전체적인 교육 정책의 큰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 집중이수제나 블록타임제는 효과를 거두기 보다는 아이들의 균형감 있는 학습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ㄱ학생(A중학교) : 이번학기에 역사과목을 집중이수하는데 한번에 다 배우려니까 힘들다. 역사는 암기해야 할 게 많고 어려운 과목인데 한번에 다 하려니까 어렵다.

ㄴ학생(B중학교) : 전체적으로 보면 시험 과목 수는 줄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할 양이 줄어든 건 아니다. 오히려 한 과목을 한꺼번에 공부하다 보니 지겹고 더 집중이 안 된다.

ㄷ학생(C중학교) : 집중이수하는 과목의 경우 연달아 2시간 씩 수업을 받기 때문에 두 번째 시간이 되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고 졸린다. 실제로 엎드려 자는 애들도 많다.

ㄱ장학사 : 집중이수제로 인해 학교마다 자율적인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한 학기에 학생들이 시험을 봐야 하는 과목이 줄었다. 전학생이 발생할 경우 방학 등을 이용해 이수할 수 있도록 대안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