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년간 줄곧 예술경영 분야에서 일을 했다. 전공 분야이기 때문에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경영이라는 역사는 참으로 짧다. 지역의 아트센터가 만들어진 것도 최근의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근대 극장의 설립은 홍순언 씨가 경영했던,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개관한 지금의 문화일보에 자리했던 동양극장이었다. 주로 ‘홍도야, 울지 마라’와 같은 신파극을 상영했고 그 후 홍순언 씨가 죽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국민들은 문화 예술을 소비할 여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에서의 열악한 문화자본, 그리고 해방 후 혼란기 등 격동의 현대사는 국민들에게 문화보다는 생존의 경쟁 속에서 고단한 생활을 강요했다. 문화 예술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은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분출했고, 1990년대 일본의 문예회관 설립 붐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지역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문예회관들이 건립됐다. 일본은 1980년 당시 오히라(大平) 수상이 ‘문화생활의 선진국 진입’을 강조해 총무청의 주도로 지방 문예회관 설립이 진행됐고, 1990년대에는 설립이 능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문예회관 설립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문제점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극장 경영에 참고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앞으로 문예회관이 ‘애물단지’가 될 것인가, 혹은 지역의 ‘매력덩어리’로 자리매김할 것인가의 기로가 될 것이다.
지역의 매력덩어리로 자리매김 하려면 공연작품을 기획하는 기획력이 아주 중요한데, 공연기획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공연기획은 마음으로 만들고 소통하는 것이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
예술기획이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외부에서는 멋지고 우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실제 내부로 들어와 보면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이 일의 특성이다.
인터넷 홍보에서부터 DM 발송, 포스터 부착은 물론 프로그램 선정의 당위성, 공정성, 주목성, 작품성, 주변부에 끼치는 기대효과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하고 섬세한 검토 작업을 통해 공연, 예술교육, 전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술기획은 사명처럼, 천직처럼 여기는 사람이 묵묵히 소신껏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문화소비를 위해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것이 일차적인 일이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예술콘텐츠를 만들어 내어 문화발신기지의 역할을 하는 일이다. 그것이 당진문예의전당이 문화예술의 랜드마크로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역마다 문화의 환경, 조건, 풍토는 다르다. 이것을 문화자본화하여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이 공공극장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수많은 문화예술회관을 경험하면서 얻은 결론은, 초기에 구성원들이 어떤 각오와 생각을 갖고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그곳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지역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건물은 웅장하나 콘텐츠가 빈곤하거나 시스템의 부재 및 구성원들의 의욕 상실로 쇠락의 길을 걷는 일도 있었다. 당진문예의전당은 일반적인 제조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감동’을 파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브랜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극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감동을 얻게 되면 이로부터 단단한 지지층이 형성되고, 그것이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진다. ‘
이를 위해서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당진문예의전당을 ‘열린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이 있는 날은 저녁 늦게까지 전시장이 개방된다든가, 공연과 관련된 테마가 있는 포토존, 시즌별 깜짝 이벤트, 관람객이 편안히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 등이 있어 당진문예의전당에 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그래야만 마음이 통하는 곳이 될 것이다. 또한 당진문화예술학교의 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연계된 공연으로 교육생들에게 배우고 익힌 장르를 직접 경험케 함으로써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들과의 소통이다. 한발 앞선 기획을 통해 신선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주목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 감상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극장과 지속적인 소통을 체험할 수 있다면 지역민과 ‘마음(心)으로 통(通)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식 (사)한국음악협회 당진지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