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은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주민의 대부분이 당진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른바 토박이(원주민)였다. 하지만 1990년대 초부터 한보철강 건설을 시작으로 고대 부곡공단과 농공단지가 조성되고 가동됨에 따라서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서해대교 개통과 현대제철의 고로제철소 건설, 그리고 많은 연관산업의 입주로 준 수도권화로 변해가고 있다. 현재 약 15만명의 당진시민 중 절반 정도가 원주민이고 나머지 절반은 외지에서 유입된 분들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산업화와 인구 유입에 의하여 개군 117년 만에 당진시로 승격되는 큰 변화가 있었으며, 이러한 변화와 발전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20년 사이에 산업화 등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우리 지역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지속적으로 양산되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비용과 후유증이 매우 우려될 만큼 심각하다. 여기서 ‘갈등’이란 행정과 기업, 또는 개인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말한다.

송산면 가곡리 위생매립장 건설 반대, 중부권특정폐기물 매립장 입주 반대, 석문국가산업단지 유공 입주 반대, 정미면 수당리 공원묘원 조성 반대, 당진화력발전소 대형화 반대, 한보화력발전소 반대, 현대제철 고로제철소 건설 반대, 각종 폐기물 처리시설 입주 반대, 동부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송전탑 증설 반대, 행담도 등 갯벌 매립 반대,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관련 시위, 합덕산업단지 조성 관련 시위 등 지역 내 갈등과 당진·평택항 명칭 갈등, 해상도계 분쟁, 예산주물단지 입주 반대 등 이웃 지자체와의 갈등까지  전국에서 가장 갈등 발생 건수나 양적으로 단연 1위라고 볼 수 있다. 오죽하면 당진은 ‘충남의 화약고’라고 불리울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입주하여 가동되면서 노사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문제 등은 이미 표면화되고 있으며, 향후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갈등, 기업과 주민간의 환경문제 갈등 등 새로운 형태의 갈등도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는 지역발전의 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붕괴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오랜 대립과 투쟁을 겪고 갈등이 봉합된 이후에 나타나는 각종 후유증과 앙금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불신, 그리고 상처가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을 내재하고 양산하게 된다.

행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당진시 갈등의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례에 따르면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전문가 양성 등의 항목이 있으나 아직은 실천이 요원한 상태이다.

지난 6월1일에 개최된 ‘당진시 승격에 따른 지역사회 통합의 필요성’이란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이날 참석한 갈등 관련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갈등 봉합 이후의 치유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하여 역설하였다.

깊어진 감정의 골을 치유할 수 있는 사후적 노력을 통하여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 도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행정이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 간에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각종 문화, 체육행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갈등 당사자들 간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더 큰 당진시, 사람살맛 나는 당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갈등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해주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시민들에게 ‘정신적 복지’를 제공하는 선진사회, 위민자치(爲民自治)다.

안효권 당진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