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다. 박한규 황해경제자유구역청장이 사업자 선정을 못하면 경제자유구역 지정 해제를 건의하겠다던 6월이 이제 다 지났다. 사람의 약속을 ‘중천금’에 비유한 옛 격언을 굳이 소개하지 않더라도 공인으로서 공개적으로 한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키리라 믿는다.
박 청장은 지난 5월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로서는 사업자 선정이 50% 정도 진행되었으나 6월 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하면 도지사에게 해제를 건의하겠다”며 “하지만 사업자 선정이 70~80% 수준에 달한다면 1~2개월만 더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마감시한’에 닥친 황해경제자유구역청이 주민들에게 “사업자 선정 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며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보아 하니 ‘사업자 선정 70~80% 수준’이 되지 않았나본데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만약 법 개정이 무산되거나 더 미뤄질 경우 그 땐 어떤 핑계를 댈지 지금부터 궁금해진다.
영국의 격언에 “약속은 태산처럼 해놓고 실천은 두더지 둔덕만큼 한다”는 말이 있다. 바로 이러한 경우를 일컫는 말이 아닐까?
더 큰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데 있다.
현재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사업자 선정 기준 완화의 주요 내용은 △자기자본비율 △기업 신용도 기준 △당기순이익 실적 △부채비율 등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한 기업도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이다. 물론 논의되고 있는 대로 기준을 완화하면 당장은 사업자 선정이 더 쉽겠지만 반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만약 도중에 사업포기라도 선언한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 그렇지 않아도 이러한 논의가 나오기 전인 2008년 당시의 엄격한 기준에 입각해 사업자로 선정됐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화그룹도 두 손 들고 나가떨어진 상태다. 그보다 재무구조가 더 시원찮은 기업이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면 황해경제자유구역이 사업자 선정 조건을 완화해 사업을 계속할 정도로 여건이 좋은가. 지난 2일 지식경제부는 제49차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열고 ‘2012년 경제자유구역 성과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 계획’을 심의해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국 경제자유구역 중 황해청이 꼴찌를 했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다.
주관적 조건은 그렇다 치고 객관적 여건은 좀 나은가.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위기에서 비롯된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 경제 경착륙, 미국 경제 정체 등으로 지금 세계경제는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외자를 유치하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건실한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한 가지 퀴즈. 정부는 왜 경제자유구역의 모델을 미국이나 유럽에서 찾지 않고 중국에서 찾을까? 답은 미국이나 유럽에는 마땅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경제자유구역은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이 자본주의적 실험을 하기 위해 외자유치를 위한 기업생산 활동뿐만 아니라 주거, 의료, 교육 등 정주여건 보장을 위한 복합지구로 도입한 개념이다. 외자유치를 위한 기업생산 활동에 특화된 서구의 자유무역지대와 출발이 다르다. 그러니 경제자유구역이 해외사례 및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현실성을 가질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충남도는 지금까지 투자계약 0건의 실적을 ‘자랑’하고 있는 황해경제자유구역 운영비로 초창기 매년 25억원, 지금은 17억원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게다가 황해청에 파견된 도청 공무원 60 여 명의 인력을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전임 도지사나 담당 공무원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지기는커녕 사과 한마디 없다. 그러는 동안 도민의 복리후생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사용돼야 할 귀중한 혈세가 이 시간에도 낭비되고 있다. 충남도는 지금이라도 이 위험한 도박에서 손을 털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