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관세청 비상계획실장

한국지방자치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재경당진군민회 기획이사

당진중학교 총동문회 부회장

6·4선거가 남긴 교훈과 과제

6.4 지방선거가 큰 사고없이 끝났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처음 치러진 이 전국적 선거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새롭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돈의 쓰임새가 줄어들었고 관권선거 시비와 ‘북풍’의 영향, 세몰이식 대규모 집회 등이 사라져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지역주의와 흑색선전, 후보자간 맞고발, 공무원 줄서기 등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문제점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화요인을 수평적 정권교체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정치개혁에 대한 시대적 요구, 유권자들의 정치불신, 지방선거에 대한 지나친 중앙정치 논리 유입 등에서 찾고 있다.

투표율 저조는 IMF가 주요인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50%선의 투표율로,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전국적으로 치러진 동시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왜 이렇게 투표율이 낮아졌을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IMF 관리시대에서 찾아질 수 있겠다. 기업의 연쇄도산과 실업자의 대량발생으로 요약되는 경제위기 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짐에 따라 많은 유권자들은 선거에 관심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가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지 못하거나 심지어 정치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또한 지역감정과 이를 악용하려는 정치권의 몰염치에도 낙담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선거전에 이미 당락이 결정됐다고 믿고 있었다. 영남권은 한나라당, 호남권은 국민회의, 충청권은 자민련. 이런식으로는 투표 하나마나 하는 인식이 싹터있었고 개표결과도 그렇게 나오고 말았다.

기초적인 염치마저 잃어버린 정치인들의 이합집산도 투표율을 저하시켰다고 본다. 말은 다 그럴듯하게 하고 있지만 오로지 당선을 위해 당적을 너무 쉽게 바꾸는 정치인들이 많다보니 누가 여당이고 누가 야당인지 불분명해졌다. 게다가 정계개편이 예고되고 있어 선거가 끝나는 대로 당적변경의 집단쇼가 일어날 터인데 정당을 염두에 두고 한 주권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투표장에 가겠는가.

이밖에도 4개 선거를 동시에 치름으로써 유권자들을 혼란시킨 점도 기권사태를 가져온 원인의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후보선택시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실토한 점을 고려하면 낮은 투표율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전국 투표율이 52.6%인데 우리 당진군의 경우 62.8%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는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중요한 주권행사다. 그렇다면 지역살림을 잘 할 사람들이 선출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뜻있는 인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그 첫번째 원인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중앙당의 지나친 간섭을 꼽을 수 있다. 중앙정치권의 대리전을 방불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당진군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를 치르고 나서 우리가 정말 정치권의 과열양상을 떠나 어느 정당을 불문하고 나는 오직 우리지역의 충실한 일꾼을 뽑기 위해 진정한 한 표를 행사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 개혁과 함께 행정개혁도 더이상 늦출 수 없는 당면과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을 편하게 하는 행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당선된자와 유권자들의 과제

이제 어찌됐든 이번 선거는 많은 교훈을 남겨둔 채 끝났다. 다음은 유권자와 당선된 후보자들의 과제가 남았다. 당선된 사람은 선거기간 동안 내놓은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고 유권자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다음 선거에 임해야 한다. 훌륭한 유권자만이 우수한 지역일꾼을 가질 수 있다.

지금 우리 농촌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우리 당진군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이제 포항제철이 한보철강에서 손을 떼었다. 한보철강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전국적으로 농가의 빚이 점점 누적, 증가되고 있다. 농촌지역이 농사만으로 한계가 있다. 우리 당진군수와 의원들은 이제 머리를 싸매고 두팔을 걷어 올리면서 우리군민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앞으로 4년동안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드느냐가 당진군의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선거때만 되면 도로를 넓히고 체육관, 노인정을 세운다는 등등의 공약이 난무했는데 만약 이번에 당선된 자들이 충분한 일자리와 재정자립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이런 공약을 절대로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유권자들은 현명해졌다. 지방자치가 우리들 개개인의 생활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6.4선거의 영광을 안은 당선자들이여! 그리고 당진의 주인이신 군민들이여! 서해안시대의 중심축이 될 당진발전을 위해 온 군민이 한눈 팔지말고 혼연일체가 되어 정신 바짝 차리고 총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우리만의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남이 부러워하는 살기 좋은 당진군을 만들어 가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