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지명 ‘수미마을’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삼웅2리는 예부터 물 좋고 공기 맑기로 소문난 동네였다고 한다. 매가 알을 낳는 형국, 닭이 누운 형국 등 풍수학으로도 명당자리라고.

“우리 마을 앞쪽에 장끼산이 있어. 그리고 우리 마을 주산이 웅산으로 매의 산이여. 그러니 매의 먹잇감인 꿩이 늘 앞에 있으니 밥 걱정은 안하고 살지 않겠는가. 그래서 지형적으로 수미마을은 옛날부터 풍요롭고 살기 좋은 마을이었어.”

삼웅2리 어르신들은 마을의 산과 계곡, 들녘의 옛 이름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삼웅리의 옛 이름은 수미였다. 마을 지형이 수매의 형국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삼웅리를 비롯해 사기소리, 송학리, 죽동리 이 근방 마을은 모두 새와 관련된 지명을 갖고 있지. 특히 삼웅리는 매 중에서도 수매의 자리로 산이름이나 골망 이름에 ‘매’가 붙은 게 많지. ‘웅’은 수컷이라는 뜻인데 상, 중, 하 세 개 골망이 있다 해서 상웅마을, 중웅마을, 하웅마을이 합쳐져 삼웅(三雄)이라 하였지. 당초에는 순우리말인 수미라고 불리었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마을명이 왜곡이 되었어. 그래도 아직 우리 마을은 순우리말인 마을명을 보존하고 있지. 그게 얼마나 의미있고 중요한 거여.”

산과 계곡, 논과 밭의 옛지명

삼웅2리는 9개 산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가장 큰 산인 마을 주산은 마을회관에서 마주보이는 와계산이다. 이 산은 매가 알을 품음 형태라 하여 매봉산, 매산, 웅산, 수미산 등으로 불리다 최근 주민들은 영웅산으로 칭하고 있다. 이 밖에도 허물산, 동골산, 독장산, 고지봉산, 관모산, 뒤매산, 양지산, 장끼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여러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보니 자연스레 골망 사이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삼웅2리는 크게 3개반으로 나뉘는데 1반은 각골망, 마을회관이 있는 2반은 벌판, 3반은 내건너, 눈달기로 불린다. 특히 눈달기라는 지명은 닭이 누운 형국이라 하여 붙은 이름으로 이를 한자로 푼 와계, 누운닭 등으로 불리었다.

산과 산 사이에서 흐르는 계곡은 마을 앞에서 합쳐져 하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진골곡, 재덕박곡, 성주곡, 난지나무곡, 독장곡, 작은곡, 큰곡, 관모산곡, 깊은곡, 농바위곡, 무근자띠곡, 형제곡, 각골곡, 함닭곡 등 14개의 계곡명이 전해지고 있다.

산 아래 형성된 마을 앞은 들판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에는 마을 전 주민이 함께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하고 있다. 유재석 이장은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농민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연로한 노인들이라 노동량이 배가 되는 친환경 재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삼웅2리는 농사짓기가 더 어려워지긴 했지만 친환경 농법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는 흔치 않은 마을”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쌀이 재배되고 있는 들판에도 이름이 붙어 있다. 군개평야, 두둑벌평야, 이상평야, 각골평야, 수해평야, 황제평야, 진절평야가 그것이다. 밭에도 논과 마찬가지로 산골망 이름과 밭 위치에서 따온 이름이 붙어 있다. 군개밭, 안마을밭, 밭가운데밭, 벌판밭, 각골밭으로 최근에는 꽈리고추와 각종 채소들을 재배하고 있다.

강릉유씨, 270여년 전부터 집성촌

삼웅2리에는 네 집 건너 한 집 꼴로 ‘강릉유씨’가 살고 있다.

유재면 노인회장은 “10대 할아버지부터 수미마을에 정착해 270여년 동안 대를 이어 살고 있다”며 “예전에는 마을의 절반이상이 유씨 집안이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강릉 유씨 외에도 함양 여씨가 7가구가 면천 삼웅2리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삼웅2리의 유적이라 하면 60년 전만해도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제를 지냈던 웅산의 산제타가 있다.

6.25 전쟁 이전까지 마을 주민들이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집집마다 쌀을 거둬 제를 지냈다고 한다. 유재석 이장댁 뒷산에 자리한 수령 200년 된 소나무도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나눔 실천하는 ‘행복경로당’

삼웅2리 경로당은 지난 7월 행복경로당으로 지정됐다.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서예, 체조 등 취미생활을 함께 배우고 익히고 나아가 일자리를 구하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밖에도 삼웅2리 경로당은 ‘나눔을 실천하는 경로당’으로 입소문이 나있다. 매년 명절때마다 100세노인, 독거노인,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등에게 과일을 비롯한 선물을 전달해 오고 있다. 연말이면 빠지지 않고 불우이웃돕기 성금도 기부한다.

이러한 나눔의 자금은 모두 경로당 어르신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다. 유재면 노인회장은 “노인들이 솔선수범해 나눔의 삶을 실천해 더욱 풍요로운 마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 농한기에 접어들면서 시작한 ‘경로당을 가다’가 농번기로 넘어오면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70, 80대 어르신들도 평생 업으로 삼았던 농사에서 손을 놓지 못 했기 때문이다. 농촌에 젊은이가 많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여전히 경로당은 어르신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일찌감치 논과 밭을 둘러보고 햇볕이 강렬해지는 한 낮에는 경로당에 모여 한 숨을 돌리고 농사에 대한 정보도 나눈다. 경로당을 찾아 마을마다 전해져 오는 전설부터 수십 년 전 마을의 옛 모습과 생활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옛날을 기억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신 지금 듣고, 기록해 놓지 않으면 작지만 소중한 마을의 역사가 그대로 묻힐 것이라는 우려가 ‘기억으로 쓰는 마을의 구술사’ 신년기획 ‘경로당을 가다’를 시작하게 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