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논길을 따라 도착한 시골집. 요시다 유키 씨 집앞에서 차량의 엔진소리가 멈췄다. 하얀 서리가 내린 듯한 머리카락과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얼굴의 주름살. 누구라도 쉬이 나이를 짐작케 하는 외형이다.

일본 규슈지방의 구마모토시 조난 정. 한국의 작은 시골마을에 해당하는 이곳에서 요시다 유키(62)씨는 올해로 꼭 44년째 농부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구마모토현의 중앙부에 위치한 조난 정은 북부지역의 비옥한 논지대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구마모토에서도 농사를 짓기 좋은 지역에 해당한다.

농사짓기에는 좋으나 농업을 하기엔 어렵다. 한국의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일본 농업의 환경도 한국과 유사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 대부분이 노인들이고 직업으로 농부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구의 초고령화 현상이 농업분야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에 발간한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일본의 농가 인구는 269만 5,000명으로 20년 전인 1990년 482만 명에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추락했다.

농업 취업자의 평균 연령도 2005년 63.2세에서 65.8세로 상승했다. 그도 지역에서는 젊은 층에 해당한다.

마이너스 소득도 농업 인구의 감소에 한 몫을 담당했다.

그는 “한 해 농사를 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약 1,200만엔(한화 약 1억 6,00만원)정도인데 반해 소득은 1,000만엔(한화 약 1억 4,000만원)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받지 않으면 농업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1년 이상 농사를 짓지 않았고 향후 수년간 경작할 전만이 없는 경작방폐지가 2010년 40만 헥타르를 넘어서 5년 사이 1만 헥타르 증가했다.

희망이 사라진 농촌에 주인 잃은 경작지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의 위기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묘책은 일본도 역시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농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데 정권의 생명이 짧아 그때마다 대응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본 농업의 특징을 보면 후계자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는 논 14헥타르와 밭 2헥타르에서 쌀과 보리, 콩, 메일, 잡곡 등을 경작한다. 일본 농부치곤 꽤 큰 규모다. 농사일은 그와 부인, 딸 셋이서 주로 한다. 때문에 농기계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그는 “우리 집은 가족중심의 농업을 하고 있다. 일본 농업은 대규모 농사를 짓지 않으면 계속 이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다. 현재로써는 가족들이 기계를 이용해 최대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규모로 하는 것이 농업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가공해 판매하는 방법도 농가소득을 향상시키는 좋은 예다. 그는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가루로 만들어 JA(일본농협)에 판매하고 있다.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JA에 모두(농산물을)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농업이 가져온 또 하나는 농업인의 정보·지식화다. 농업정책의 정보 습득과 기술 교류 등을 위해 농촌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한 네트워크 구성이 일반화되어 있다.

또한 농업의 기계화시대가 도래하면서 농기계 작동법 등에 대한 교육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는 “인터넷을 활용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도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 농기계도 직접수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다보니 지금은 제법 직접 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농업은 지금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앞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드러내듯 그는 몇 차례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후 달라진 한국의 농업에 대해 물었다.

순간 농업의 위기로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는 한국의 농촌 풍경이 오버랩됐다.

당진시대·태안신문·홍주신문 연합기획취재팀

※이 기사는 충남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