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癸巳)년은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를 오행(五行)으로 봐서 ‘검은 뱀의 해’라고 이르기도 합니다. 뱀이 오래살면 이무기(이시미)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또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며 영물로 추앙받는(?) 신비의 동물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조화로운 뱀은 많은 설화와 신화 속에서 인간과 무수한 연관관계를 지어 전래되고 있습니다. 허물을 벗는 것을 보고 재생하여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는 여생불멸의 화신이라 표현하고 많은 알을 낳는 다산성은 풍요와 번창을 가진 가복의 상서로운 신물로 예우하기도 했습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기다라면서도 동그렇게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에서 탐욕하거나 호색하는 인간이 죽으면 윤회의 업보를 받아 뱀으로 환생하게 된다고도 하였습니다. 때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유혹적이고 사악하며 음험한 존재로서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탈무드에서 머리와 꼬리를 각각으로 의인화하여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암시하여 깨우쳐 주는 이야기는 많은 각성을 하게 합니다. 머리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꼬리는 항상 여러 가지의 많은 불평불만을 늘어 놓습니다. 머리는 “내가 앞을 볼 수 있는 눈과 위험을 알아차리는 귀와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두뇌와 양분을 공급하는 일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이 결코 나만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꼬리를 설득합니다.

그러나 꼬리는 “그런 얘기는 폭군이나 독재자들이 늘어놓는 소리로 자기를 따르는 자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구실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속임수일 뿐이다”라고 반박합니다. 하는 수없이 서로의 역할을 바꾸리로 하고 꼬리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벼랑으로 떨어지고 가시덤블에 빠져서 많은 상처를 입고 몸부림치며 사경을 해매다가 머리의 지혜로 겨우 살아 나오기는 했지만 또다시 불더미 속에 빠지게 됩니다. 다급하게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 몸부림쳐 보지만, 연기에 가려 앞은 보이지 않고 거세게 몰아치는 화염에 휩싸여 타오르는 몸을 구하지 못한 뱀은 결국 죽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육신세계와 정신세계가 합성되어 드러나는 행동으로 일생을 삽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환경에서 타인으로부터 배우는 지식과 자기자신의 경험에서 체득한 지혜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사회생활 속에 끊임없이 전개되는 대인관계에서 드러나는 개개인 각각의 사고와 태도 및 행동에서 평가되는 품격과 됨됨이는 행적으로 쌓이게 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일생동안 영욕의 삶을 누리며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든 자연의 이치로 받아들일 줄을 아는 바른 견해를 가져야 합니다.

탐욕은 좋아하거나 싫어함으로써 그것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에 바른 마음으로 고찰하여 끊어 버려야 합니다. 사실에 기초하여 말하되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거짓말이나 발림말이나 이간질하는 말이나 약한 말들은 하지 말아야 하고 자신의 생계나 명예를 위해 남을 고통에 빠뜨려서도 안됩니다. 나와 남의 목숨은 자연스럽게 순응하여 마치게 해야 합니다. 걷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간에 바른 마음으로 일생동안 평상적이어야 합니다.

참을 줄 알고 져 줄줄 알며 기다릴 줄 아는 극기복례의 정신과 양심으로 바른 분별력을 가지고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길입니다. 항상 자기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하고 참회하여 잘못된 습관은 버려야 하고 옳지 않은 관념은 비워야 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하면 다른 사람의 견해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의 본성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롭게 거듭나는 일을 뱀이 보여 줍니다.

올해에는 내 마음을 바로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허물일랑 모두 벗어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서 사람인 줄 바로 알고, 사람노릇 하고 살며, 영원히 사람답게 살다 갈 수 있기를 서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