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도 어느 새 한 달이 지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수같이 빠른 세월을 실감하며 새롭게 다진 각오들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뒤돌아보고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르게 되는 때이다.

유난히 춥고 눈이 자주 내린 이번 겨울을 증명이라도 하듯 운동장 나무 그늘에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고 먼 산자락의 설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남아 있는 가운데 겨울방학 중이던 학교가 개학할 차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 방학이지 기실 방학이 방학 아닌지 꽤 되었다. 학생들은 방과후학교나 동아리활동을 하느라, 선생님들은 업무처리나 새 학년도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수립하느라 학교는 평상시와 별 차이 없이 늘 바쁘게 돌아가니 말이다.

그 가운데서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매서운 추위에도 살강 밑 새앙쥐 마냥 연신 책을 물어 나르는 학생들의 모습이 참으로 기분을 좋게 한다. 그리고 거기 도서관 할아버지가 계신다. 평생을 교단에 바치고  깊은 연륜과 경륜으로 다져진 인품으로 봉사하는 모습이 참으로 고매하다.

“허허허. 오늘은 장사를 아주 잘 했어요. 부자 되어 갑니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은 날이면 그 분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난다. 인생의 황혼길에서 아이들을 향한 사랑이 조금도 식지 않은 모습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한다. 어디 그 뿐이랴. 학생들의 이름도 웬만큼 다 외우시는 거며,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7시 30분에서 단 1분도 어김없는 출근에, 피그말리온 효과를 강조하며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 특히 책을 많이 읽는 단골친구들에 대한 자랑 등이 행복을 불러오고 있다. 학생들은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책을 반납할 때에는 반드시 책을 돌려서 드린다. 어른이 보시기 좋게 하기 위해서다. 예절과 인성이 덤으로 길러지고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한때 큰 걱정에 시달린 적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책 읽기를 게을리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였다. 물론 지금도 그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을 향한 진정성에서 비롯된 적절한 교육, 거기에 관심과 사랑이 더해진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에 새 학년도에 거는 기대와 소망이 한껏 부풀기도 한다. 물론 그 관심과 사랑의 근원은 학교, 선생님, 학부모님, 지역사회 등 모두로부터 시작될 때 가장 바람직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꽃과 잎은 더 아름답게 피지 못한다고 안달하지 않는다.

자기 이름으로 피어난 거기까지가 꽃과 잎의 한계이고 그것이 최상의 아름다움이듯, 작은 학교 아이들은 그렇게 자기들만의 아름다움을 피워내고 있다.

큰 욕심 없이 하루하루를 오순도순, 조금씩 조금씩 미래를 향해 줄기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