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 간 한 마을에 살아
유별난 우애 특별한 끝
하늘도 차마 떼어놓지 못했던 것일까. 우애 깊었던 자매가 한 날 눈을 감았다. 문상 온 사람들도 놀랐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하나같이 고개를 흔들었다. 동생은 마지막 순간까지 “언니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 허혜월(89, 사진 오른쪽), 허추월(83) 할머니의 이야기다. 송산면 가곡리에서 태어난 자매는 정미면 대조리로 나란히 시집을 왔다. 언니가 17살 어린 나이에 대조리에 먼저 신방을 차렸고, 10여 년 뒤 동생이 뒤따라왔다. 윗말에 살던 동생은 그마저도 멀게 느꼈는지 언니가 사는 곳 바로 윗집으로 이사를 했다. 불과 20m를 사이에 두고 45년을 살았다.
두 사람은 외모만큼 마음도 닮았다. 차분한 성격에 화 한 번 내본 일이 없었단다.
허혜월 할머니의 조카인 이종승 대조리 이장은 “참 자상한 성격의 자매였다”며 “한 동네에서 자매가 60년을 살았는데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본 마을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유별난 우애였다. 모든 일을 함께 했다. 밥을 먹어도 함께 먹고, 어디를 가도 함께 가고, 천주교 활동도 함께 했다. 삶의 모든 부분이 언니는 동생으로, 동생은 언니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였어요. 얼마나 우애가 좋았던지 말도 못해요.” (주민 이순도 씨)
6개월 전 언니가 노환으로 서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동생은 노쇠한 몸을 이끌고 몇 번이고 서산까지 찾아갔다. 정정하던 동생은 불과 보름 전, 폐암 진단을 받고 성남에 있는 병원으로 가게 됐다. 암 덩어리가 온통 퍼져버린 몸으로 대문을 나서면서도 동생은 “언니를 보고 가지 못해서 어떡하냐, 언니를 만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언니인 허혜월 할머니가 노환으로 먼저 눈을 감았다. 동생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 시간 뒤인 오후 1시 언니의 뒤를 따랐다. 마치 같은 곳으로 시집오듯 언니와 동생이 나란히 운명을 함께 했다.
생전에 윗집 아랫집 살았던 것처럼 두 할머니의 묘소도 채 100m도 떨어져 있지 않다. 삶은 물론 죽음까지도 함께한 특별한 자매의 운명이라고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