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말에 춤까지 연습
짙은 쌍꺼풀, 까무잡잡한 피부, 덥수룩한 수염… 아무리 봐도 외국인이다. 지난 MBC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에 출연한 송영대(송산면 유곡리·37) 씨는 당진 토박이, 토종 한국인이다.
블라인드 테스트 180도 지난 7일 방영분에서는 ‘진짜 외국인을 찾으라’는 미션이 제시됐다. 송 씨는 이 방송에서 방글라데시인으로 분장해 출연자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동갑내기 아내 김희숙 씨가 장난삼아 신청해 TV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아내가 넌지시 방송에 출연해보라는 얘기를 꺼냈을 때 ‘설마 내가 뽑히겠어’라는 마음에 허락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방송까지 타게 될 줄은 몰랐네요.”
출연이 결정된 뒤 혼자서 간단한 방글라데시 말을 배우고 전통춤을 매일 밤 연습했단다. 창피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방송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 우연히 TV를 본 지인들이 “방송 잘 봤다”며 연락이 왔다.
송 씨는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직도 외국인이라고 믿어요”
외탁을 했다는 그는 가족들 중에서 유독 외국인 같이 생겼다. 실제로 외국인이라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특히 산업화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많아지면서 더더욱 그랬다.
몇 년 전에는 송산면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과 친해져 그들을 도운 일이 있었다. 하루는 당진읍내에 은행 업무를 도와주러 나왔다가 포장마차에서 호떡과 어묵을 함께 먹었다.
당시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송 씨에게 “아이고, 한국말도 잘하네~”라며 타국에 와서 고생이 많다면서 호떡과 어묵을 더 얹어 줬다고.
처음 만나는 거래처 사람들에게 선배가 송 씨를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가 수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단다. 다행히 동남아시아 혹은 서남아시아인처럼 생겼다고 차별받거나 어려운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지나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건 있죠.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워낙 오랫동안 겪다보니, 원래 사람들이 나에게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쳐다본다고 생각해 왔어요. (웃음)”

생김새로 차별하지 말길
그의 아내 김희숙 씨는 송 씨와 결혼하기 전엔 “만날 때마다 적응이 안됐다”며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면 숨고 싶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양인들을 멋지고, 동남아인들은 가난하고 불쌍해 보인다는 한국인들의 차별된 인식이 더욱 부끄러웠다.
큰딸 단비(7)는 아빠를 많이 닮진 않았지만 아들 우석(5)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다. 김 씨는 “지금은 아이가 눈도 크고 너무 예쁜데 커가면서 아빠처럼 변할까봐 걱정스럽다”며 장난스레 말했다.
때때로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를 가면 사람들이 아이들 얼굴이 예뻐서 쳐다 보다가 아빠얼굴과 번갈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간다고. 이렇게 다문화가정으로 오해받은 것도 부지기수다.
“외국인으로 오해받아 기분 나빴던 적은 없어요. 동남아나 서남아에 아무런 인연은 없지만 그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한국에 일하러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에요.”
송 씨는 한국사람들이 외국인처럼 생김새가 다르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은 물론, 특별히 더 잘 대해 주는 것도 당사자에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 동남아인, 장애인… 이렇게 구분 짓지 말고 모두 같은 ‘사람’으로 인정해 줬으면 좋겠어요. 특별할 것 없잖아요. 다 같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