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해 8월 말 정년퇴직으로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새롭게 펼쳐지는 미지의 삶, 제2의 인생을 출발한 지 반 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묻는 말은 퇴직 후의 근황이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는다.
「생각하는 갈대」는 (퇴직 후에 개설한) 내 블로그(http://blog.naver.com/kjb557) 이름이다.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인생에서 펼쳐지는 우여곡절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에서 개설했다. 다 아는 얘기지만 「생각하는 갈대」는 파스칼의 저서 『팡세』에 언급된 말이다. 인간이 대자연 속에서 한 개의 갈대처럼 가냘프고 연약하지만 인간의 생각은 우주를 포옹할 수 있는 위대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생각하는 갈대」란 이름으로 개설한 블로그를 통해서 인생의 여정 속에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삶의 향기로 번질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진한 감동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재음미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필자는 하루의 일과를 새벽 4시 반부터 시작한다. 교회 갈 시간을 알리는 기상 벨 소리에 어김없이 일어난다. 필자는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바로 앞 문화시티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혹자는 작은 교회로 옮겨서 왜 고생하느냐고 걱정스럽게 얘기한다. 교회의 형편이 어려워서 부담이 크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교회 규모가 작고 성도도 몇 명 안 되지만 목사님 설교는 대형교회 내로라하는 목사님 설교 못지않게 은혜가 충만하다. 교인이 많지 않아 설교 중에 목사님과 교감하면서 맞춤형 설교를 듣고 있다.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개별 수준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새벽예배를 드리고 6시 쯤 되면 당진초등학교 체육관으로 가서 배드민턴을 한 시간 정도 한다. 하루 생활의 상쾌한 출발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때로는 스코어 문제로 옥신각신 다투면서 승부욕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툼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시간 정도 운동하다보면 옷에 땀이 흠뻑 젖는다. 배드민턴이 끝나면 다음 코스는 남산 헬스장이다. 헬스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송악초에 근무할 때부터니까 5~6년 된 것 같다. 다양한 운동기구를 통해서 유산소 운동과 체력 단련을 위한 각종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퇴직 후 시간여유가 있서 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몸의 균형이 잡혀가는 것 같고 건강미가 느껴질 정도로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남산 헬스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8시다. 새벽 4시 반에 나가서 8시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루가 시작되는 소중한 시간을 운동하는 시간으로 낭비한다는 생각을 갖기도 한다. 필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3학년 재학 중에 있다. 이제 머지않아 중간고사가 있어서 여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새벽시간은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어서 신문을 본다든지 통신대학 공부를 한다면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고집스럽게 수년간 이어져온 생활 패턴을 바꾸기가 그리 쉽지 않다.
겨울철 농한기에는 시청에서 컴퓨터 교육, 노인 복지관의 갖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루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진 바쁜 일과를 소화했다.
봄이 되고 농번기가 시작되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동안 도지로 주었던 땅의 일부를 찾아 마늘, 고추, 가지 등 갖가지 작물을 심었다. 비닐하우스를 지어 몇 가지 특수작물을 심어 가꾸기도 한다.
몇몇 학교에서 학생들 논술지도 청탁이 들어오기도 했다. 매어있는 구속된 생활보다 농사일에 빠져 자연과 벗하며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싶다. 40여 년을 학생 가르치는 일에 헌신 했다면 이제부터는 또 다른 생명을 가꾸면서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고싶다. 정년 후 미지의 세계를 새롭게 펼쳐가는 제2의 인생에 격려와 응원을 부탁하면서 필을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