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구마꽃은 소설가 춘원 이광수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꽃’이라고 적을 만큼 희귀한 꽃이다. 아열대 지역에서만 7~8월에 꽃을 피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고구마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다.
꽃말이 ‘행운’인 고구마꽃은 송악읍 중흥리 권중기(48), 김선순(47) 부부의 고구마 밭에서 연보라빛 자태를 드러냈다. 고구마 밭을 둘러보던 남편 권중기 씨는 ‘고구마 밭에 왠 나팔꽃이 피었을까?’하는 궁금함에 꽃으로 다가갔다. 고구마에 더 영양분이 갈 수 있도록 나팔꽃과 줄기를 뽑아내려던 때 고구마 줄기에 꽃이 피어난 걸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그는 2년 전부터 고구마 농사를 지어왔지만 처음 고구마꽃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면서도 고구마에 꽃이 피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장애인 차량 무상수리 봉사 이어와
권중기 씨는 평소 지역 내에서 많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경북 영덕이 고향인 그는 23년 전 당진에 정착해 카센터를 운영하며 장애인복지센터를 비롯해 장애인 차량 무상수리, (사)자율방범기동순찰대 당진시연합대 송악읍지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봉사에 애착을 갖고 있는 그는 장애인인 부모님과 1급 장애를 갖고 있는 조카를 접하며 장애인에 대한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고.
“언필충신 행필성실(言必忠信 行必誠實)이라는 말이 우리집 가훈이에요. ‘말은 반드시 충실하고 믿음 있게 하고, 행동은 반드시 참되고 진실 되게 하라’는 뜻입니다.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통해 어린시절부터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죠.”
장애인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그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장애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며 “장애인들의 발이 되는 차량의 수리를 무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봉사를 알게 되, 재능을 기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당진카포스에서 활동 중이며 지난달 23일 당진 르노삼성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차량무상수리 봉사를 진행했다. 카포스는 전국 네트웍을 갖춘 자동차 수리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의 모임으로 대기업 정비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구성된 단체다.
“내 최고의 행운은 가족의 행복”
“평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살아서 인지 이렇게 고구마꽃이 피는 행운을 보게 됐나봐요. 큰 바람은 없었지만 꽃말이 행운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대합니다.”
권중기 씨는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2년 전 농사를 시작한 것도 두 자녀 때문이란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 자녀들의 대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고구마를 비롯해 감자, 옥수수, 개똥쑥 등 다양한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거래하며 소득을 올리고 있다. 남는 작물은 모두 권중기 씨 가족의 1년 먹거리로 돌아간다.
얼마 전 권중기 씨의 아들 지호 군은 해병대에 입소했다. 아직 아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듯 건강하게 전역해 돌아오기만을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다.
권중기 씨에게는 아들 말고도 보물이 더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이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오고 있는 신성대 유아교육학과 1학년 희영 양과 정보고등학교 1학년 희주 양은 그의 가장 큰 기쁨이자 자랑 거리다.
“고구마꽃을 통해 얻은 행운이 가족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가족의 행복이 제가 가장 바라는 행운이니까요. 감자에 이어 여러 농작물 수확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고구마꽃이라는 행운이 더해져 하루하루가 기쁘기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