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가 중에서 거장이라 불리며 신격화된 음악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와 ‘음악의 신동’이라 불리는 모차르트 그리고 ‘악성’이라 불리는 베토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바흐가 살았던 17세기, 베토벤이 살았던 18세기에도 그들은 거장으로 신격화 됐을까? 바흐는 당대에 그리 크게 인정받은 음악가가 아니었고, 베토벤은 비교적 크게 인정받았던 음악가였다. 그럼 이들은 언제, 어떻게, 왜 신격화됐을까?

19세기는 청중의 취향에 맞춘 상업적 프로그램과 파가니니, 리스트 등으로 대변되는 비르투오소(virtuoso)의 음악회가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청중의 취향은 변하기 시작했고, 상업적이고 비르투오소적 음악회와 작품은 점차 청중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외형적인 비르투오소를 선호하는 청중 외에 예술성을 추구하는 진지한 청중이 등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예술성과 진지함을 향유하려는 새로운 청중의 욕구에 부응한 새로운 음악 상품이 필요했고, 이때 등장한 새로운 상품이 과거의 음악가를 재포장한 ‘신격화된 거장’과 ‘불멸의 작품’이라는 이미지였다.

고전적인 거장은 영웅으로 등장했으며, 이와 동시에 거장의 곡은 걸작품으로 포장되는 등 존경과 숭배의 대상이 됐다. 오늘날 거장이라 불리는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의 이미지는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거장으로 신격화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포장해야 했고, 이에 따라 바흐는 평생 교회를 위해 봉사한 경건하고 금욕적 삶을 산 교회 음악가이자 음악의 아버지로 가공됐다. 또한 모차르트는 짧지만 화려한 생애를 살았던 신동으로, 베토벤은 가혹한 운명과 싸운 고뇌의 인간이자 그것을 극복한 악성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미지 메이킹의 작업에는 전기(傳記)가 활용됐다. 당시 음악가들의 전기는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픽션의 경우가 많았다. 음악가들에게 신비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부여하고 독자들에게 그 이미지를 믿도록 한 것은 이 시대 전기 작가들이 추구한 경향이기도 했다. 작가들은 예술가를 사회를 벗어나 존재하는 천재로,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이탈해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신격화된 거장들의 작품은 불멸의 걸작품으로 추앙받았고, 그 걸작품의 탄생에는 항상 신화와도 같은 에피소드가 따라 다녔다. 청중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가가 영웅 같은 존재이기를 바랐다. ‘고독한 천재’, ‘신적인 영감의 소유자’ 등의 거장과 걸작품은 음악매니지먼트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당시 청중들도 그것을 원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