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토론회가 열렸다.

첫 번째 발제 주제는 ‘유권자는 왜 후보자의 공약에 무관심한가?’이고, 두 번째 주제는 ‘후보자는 왜 부실한 공약을 내놓는가?’였다.

먼저 이 딜레마를 해부하기 위해 지난 선거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2월 기준으로 선출직 공직자들이 내놓은 공약은 총 8만668개다. 대통령 307개, 국회의원 8936개, 시도지사 2235개, 교육감 1009개, 시군구청장 1만1300개, 광역기초의원 5만6881개. 이는 비례대표와 정당 공약을 제외한 수치이며 낙선자들의 공약까지 포함하면 약 20만 여개에 달한다. 공약 숫자만 보아도 황당하지만, 이들 공약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는 공약실천을 위한 소요 예산을 계산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요 선출직 공직자의 공약 소요 예산을 살펴보면, 대통령 약 350조 원, 시도지사 약 400조 원, 시군구청장 약 400조 원으로 이정도만으로도 총 1150조 원이 필요하다.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늘리지 않고 부담없이 혜택을 늘려주겠다는 복지공약은 대부분 거짓말이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겠다는 개발공약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선5기 공약 이행률은 놀랍게도 70%에 달한다. 이미 정해졌거나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공약들이 그만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킬 수도 없고 지켜지지도 않을 황당하고 허황된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야만 하는 후보자들의 고육지책이 여전히 공약으로 남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후보자들의 공약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인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쉽게 가려낼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책사업을 운운하는 후보의 공약은 일단 경계하자. 국책사업은 그야말로 중앙정부의 일이다. 지방선거 공약의 단골메뉴 중 하나가 ‘국책사업비를 얼마를 끌어 오겠다, 내가 그 적임자이다’ 라는 주장이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저녁 밥상에 콩나물 국을 올리려 하는 엄마가 콩나물 심부름을 보낼 때, 큰애가 가면 2000원 주고, 작은애가 가면 500원 주겠는가? 저녁 밥상에 필요한 콩나물 양은 이미 정해져 있다. 속지 말자.

또 하나, 후보자 공약으로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했지만 당선 후 태도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통령의 경우, 박정희는 군사쿠데타로 사회 질서가 잡히면 ‘민정이양을 하겠다’고 했고, 노태우는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김영삼은 ‘시장개방을 하겠다’고 했고, 김대중은 ‘내각제 개헌을 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이것도 속지 말자. 180년 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Robert Peel)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한다”고 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진에서 만큼은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후보자의 공약에 관심을 갖는 유권자’와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는 후보자’ 모두가 합심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