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빠를 따라 동네 뒷산에 오르면 아버지는 검붉은 열매를 따서 넓은 호박잎에 담아 주곤 했다. 손톱만한 이 열매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언니와 함께 신나게 한 알 한 알 먹고 나면 손과 입은 물론이고 입고 간 옷까지 붉게 물들곤 했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달콤한 열매를 한참 먹은 뒤에야 이 열매가 뭐냐고 물으면 아버지는 뽕나무 열매 ‘오디’라고 답했다. 사과나무에서는 사과가 열리고, 감나무에서는 감이 열리고, 대추나무에서는 대추가 열리는데, 왜 뽕나무에선 뽕이 아니라 오디가 열리는지 궁금해 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뭐라 부르면 어떠랴, 맛만 좋으면 그만이지. 어린 아이들은 아버지가 나무에서 직접 따다 준, 초여름 산들바람과 따스한 햇살이 담긴 오디의 달콤함이 좋았다.

경북 상주 오가며 배운 재배기술

농사에 일생을 바쳐온 허순회(우강면 송산3리·74) 씨는 요즘 오디 수확이 한창이다. 3년 전 ‘한울뽕’이라는 새로운 품종의 뽕나무를 시범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한울뽕 재배를 위해 매주 토요일 마다 경상북도 상주를 오가며 교육을 받았죠. 상주에는 제법 한울뽕을 많이 재배하고 있는데 당진은 아직까지 한울뽕을 키우는 농가가 없어 시범적으로 시작하게 된 거에요.”

한울뽕은 다른 뽕나무에 비해 오디가 더 굵고 실하다. 1.5~2배 정도 크고 한 나무에서 맺는 과실 수도 많아서 적은 노력을 들이고도 수확량은 월등히 많은 게 특징이다. 저장성도 좋고 당도도 높다. 더구나 나무 하나에 20~30개의 가지가 자라나는데, 가지치기를 하면 또 다시 새순이 자라나 병충해 감염 위험도 적단다.

허순회 씨는 “한울뽕은 100년이 지나도 나무가 늙지 않는다”며 “거름을 주고 관리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재미있는 농사

어릴 때부터 농사를 시작해 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그는 콩·마늘·양파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다. 40년 동안 과수원을 크게 운영하기도 하고, 묘목을 재배해 지역에 납품하는 일도 했다. 새로운 농법과 신품종 등에 관심이 많아 전국 곳곳을 다니며 배우는 일에도 열심이다.

허순회 씨는 오로지 농사를 지어 세 남매를 모두 길렀다. 아들은 서울대 공대에 진학해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왔고, 두 딸은 각각 이화여대와 홍익대를 나왔다. 자녀들 모두 굵직한 유수의 기업에 취직해 남부럽지 않게 산다며 아버지의 자식 자랑이 이어진다.

“자식들 모두 농사를 그만하라고 하지. 아버지 힘들까봐서…. 그런데 나는 농사를 취미로 하는 거예요. 재미있거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해야죠.”

여전히 배우고 꿈꾸는 농부

3년 전 위암 수술로 고생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농사를 사랑하고 농업을 꿈꾸는 천상 농부다. 새로운 농법을 배우거나 지역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여러 구상을 하면서 더 나은 농촌의 모습을 상상한다. 커다란 양어장을 만들어 여름엔 낚시터를 운영하고, 겨울엔 층층이 물을 얼려 스케이트장으로 만들 계획부터, 한울뽕 가공공장을 지어 마을 소득을 창출할 방안을 생각하는 것까지 그의 머릿속은 온통 농사와 지역에 관한 생각뿐이다.

최근 한울뽕 재배에 푹 빠져 있는 허 씨는 앞으로 현지답사와 연구를 통해 재배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묘목도 판매할 예정”이라며 “관심 있는 지역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울뽕 관련 문의: 010-8732-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