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명이 늘어감에 따라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 옛날 사람들은 60세가 되면 천지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고, 듣는 대로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해, 이순(耳順)에 큰 의미를 두었고,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뜻으로 오래 살았다는 축하의 의미에서 환갑(還甲) 잔치를 베풀었다. 70세가 넘으면 고희연(古稀宴)을 성대하게 베풀었는데, 장수 시대인 오늘날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돼 자취를 감춰 가고 있다.
인간 수명은 계속 연장돼 2013년 말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1세를 넘었다. 하지만 노인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더 떨어져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의 나락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통계청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약 2년 주기로 회원국의 경제동향과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해 정책 권고 사항이 담긴 국가별 검토 보고서를 발표하는데 6월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2014 한국 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사회통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한국의 노인 빈곤률을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한국의 노인 빈곤률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을 통한 노인층 지원도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현재 노인 빈곤율은 49.2%로 OECD평균인 12.4%의 3배가 넘을 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현황·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는 일본(19.4%)과도 두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노인 중 아픈 사람은 60.9%지만 60대 이상 노인의 자살충동 원인 1위는 ‘경제적 어려움’이었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아픈 몸이나 죽음보다 현재의 ‘빈곤’이 더 두렵다고 말한다.
지난 10일에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에 대해 상세히 보도하면서 “자신의 성(性)을 파는 한국의 할머니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성까지 사고 파는 이른바 ‘박카스 할머니’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박카스 할머니란 서울 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자양강장음료를 판매하며 성(性)도 함께 파는 일부 노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종묘공원은 노인들의 성매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장소다. BBC는 이들이 한국의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끈 주역이지만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투자하면서 경제적인 능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자식의 성공’이 곧 최고의 연금이라고 믿었지만 정작 젊은 세대들도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양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할머니는 인터뷰에서 “자식에게 기대려고 하는 사람은 멍청한 것”이라며 “우리 세대는 부모들에게 순종적이었지만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많은 경험을 한 지금의 젊은 세대는 우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돈이 없지만 내 자식들이 나를 도울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그들도 자신의 노년을 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거의 모든 이들이 나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띠를 졸라 매고 한국 사회의 산업화 동력을 제공했던 오늘날의 노인들은 우리 사회의 비주류로 전락하면서 가족에까지 짐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하루 생계를 위해 자신의 성(性)을 매개로 삶을 연장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게 “나는 존경도, 명예도 필요가 없다. 단지 배고플 뿐이다. 나는 하루 세 끼를 원한다”고 말하는 한 박카스 할머니의 한 마디는 우리 한국 사회의 노인 빈곤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일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