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현장에서 경험하는 많은 체험들 중, 힘들고 어렵게 다가오는 현장의 경험들을 되새기다보면 하소연이라도 해야 하는 북받치는 감정에 빠지곤 한다. 학문적 연구와 사회복지 현장 사이의 괴리감은 사회복지사들에겐 심한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필자는 이러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대중목욕탕을 선호하는데, 지난 봄 쯤에는 대중목욕탕에서 우연히 함께한 어르신들의 대화를 귀 동냥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경로연금을 수령하지 못해 억울하다”며 “자신 명의의 집을 아들에게 명의 이전 해주고, 다음 달부터 경로연금을 수령하겠다”고 대화를 나눴다. 결국 필자는 대화에 끼어들어 상속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 할 경우 노년의 인생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위험성을 설명했다.

한국 사회에서 부모들의 자식 사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엔 자식들이 아버지를 잘 섬겨야 한다는 부자간의 도리를 잊고 사는데 아픔이 있다.

자식이 많으면 나이 들어서 부양을 받으며 편한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식에게 재산을 모두 상속한 뒤, 버림받는 ‘상속 빈곤층’의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필자는 자식에게 재산 상속이 이루어진 다음 해부터 명절에 자식들이 고향을 방문하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공공연하게 목격했다.

‘상속 빈곤층 부모’란 배우자가 사망 시 남긴 전 재산을 자녀들에게 증여한 뒤 궁핍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재산을 물려주고도 자녀로부터 버림받는 이른바 ‘신(新) 고려장’의 피해자인 셈이다.

이제 자식들에게 다 퍼주고 대책 없이 늙어 버린 부모세대는 “같이 못 살겠으면 돈이라도 대라”며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슬픈 현실이지만 어쩔 수 없는 흐름인 것 같다. 자녀 교육을 위해 온 심혈을 기울이는 오늘날의 현실은 자녀 교육이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따라서 과다한 교육비 지출을 지양하고 자녀의 결혼 비용, 주거지 마련 등을 위해서 지원할 때 적당히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최근 7년 사이 선고된 부양료 청구사건 판결 226건 중 부모·자식 간의 소송 144건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3건이 상속 빈곤층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1.4%가 증여나 상속을 통해 재산을 미리 자식들에게 나눠줬다. 또 부모들의 평균 나이는 77세였으나 월 생활비는 34만여 원에 불과했다. 노령연금 등으로 생계를 잇는 사람이 94.4%로 절대 다수였고 이 중 36.1%는 단 한 명의 자녀에게서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

부양료 청구소송을 담당하는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부모·자식 간 소송이 벌어지는 법정 분위기에 대해 “자녀들이 부모를 무시하며 ‘○○ 씨’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일단 법정에 서게 되면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사라지고 소송 상대로서 증오의 감정만 남게 된다는 의미다.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큰 상처가 남는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평균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생계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자녀 교육비 등에 재산을 ‘올인’하거나 결혼 비용, 주거지 마련 등으로 재산을 미리 증여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자식에게 다 퍼주고 외면당하면서도 자신들이 자식들을 잘못 가르쳤다고 후회하며, 노후를 빈곤함으로 영위해야 하는 아픔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 인륜을 저버리는 행위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후를 대비하는 부모들의 현명한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