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느라 손길들이 분주하다. 한식과 추석 성묘 때마다 전국의 도로는 교통대란을 겪지만 그럼에도 핵가족화와 경제적인 어려움, 가족이나 조상 경시풍조에 맞물려 점차 성묘 등의 절차가 무시됨으로써 무연고 묘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전국 묘지 2000만 기 중 약 40%에 육박하는 800여 만 기의 분묘가 후손을 알 수 없는 관리 상태여서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묘지면적은 국토의 1%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서울시의 1.5배에 달하고 매년 20여만 기의 분묘가 발생하여 여의도 면적의 1.2배인 9㎢가 묘지로 변하고 있다. 특히 개인묘지가 전체 묘지의 70%나 된다. 이렇게 보면 국민 1인당 주택 면적은 14㎡인데 반면 분묘의 평균 면적은 50㎡이나 되어 주거 면적보다 4배의 크기인 셈인 것이다. 살아서는 세계 3위의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 살다가, 죽어서는 세계1위의 묘지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영면하는 처지인 것이다.

최근에 정부는 매장 위주의 묘지문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하고 장례에 관한 법을 새롭게 개정(법률 제 11253호. 2012.2.1 일부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 골자는 화장을 위주로 하되 매장 후 15년이 지나면 다시 화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60년까지 15년마다 3회 연장 가능) 장묘 관련 법률이 전향적으로 개정됨에 따라 화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매장 위주의 장묘 관행에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 같다.

한국 장묘문화 개혁범국민협의회가 여론조사기관인 현대리서치에 의뢰, 서울시에 거주하는 20대 이상의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화장, 납골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85.4%인 데 반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대답은 8.9%에 불과했다. 본인의 사후 화장을 원하는 사람의 비율도 76.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 납골 방식에 대한 찬성률은 1998년에 70.5%에서 99년에는 77.8%, 2000년에는 83%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화장, 납골 방식을 좋아하는 이유로써는 환경보존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71.8%)이 가장 높았고 위생적이고 손쉬운 관리(13.6%), 비용절감 등의 경제성(7.6%), 성묘의 편리성(6.2%)의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의 화장률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70%선으로 이제 화장문화가 정착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에는 묘지나 화장, 납골시설이 주로 도시 안에, 마을 곁에 자리 잡고 있어 자주 찾아가 추모하는 편의시설로 되어 있다. 아름답고 조용한 공원으로 꾸며져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뿐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가 열려 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도 한다.

종종 인생의 괴로운 일로 고민할 때 돌아가신 고인이 생각나기도 한다. 산소에라도 가고 싶지만 막상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1년에 한 번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라도 찾아가 고인을 추억하며 추모하고, 기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생활하고 있는 인접지역에 고인을 납골해 모신다면 수시로 찾아가 추모실(Memorial Room)에서 가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면 가족유대를 한층 더  높이게 된다.

지금 한국 묘지 중 40%가 무연고 묘이다. 자손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묘에 잡초가 우거지며 산짐승으로 인해 난장판이 된다면 그 자손이 아무리 성공하고 출세했다 해도 그 황폐한 무덤은 조롱거리와 위화감을 일으키는 혐오스런 곳이 될 것이다. 그러나 화장해서 납골해 놓으면 묘에 묻혔으나 자식들이 돌보지 않거나 대가 끊어져 무연고 묘가 되는 수모는 없을 것이다. 추석을 맞이해 바람직한 장묘 문화에 대해 화두를 풀어봄도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