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정부의 쌀 조기관세화 강행에 반대 투쟁에 나선 당진시농민회 소속 회원 100여 명이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김홍장 시장과 이재광 당진시의회 의장이 차에 올라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농민들은 역대 시장과 의장이 집회버스에 올라 인사한 건 처음이라면서 반겼고, 쌀 주산지인 당진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동안 당진시가 내놓은 쌀 전면 개방에 대한 대책이 있는지 의문이다. 문제가 있을 때 내놓는 대책이라곤 전시 행정적인 수출 카드만 재탕하고 있다.

벼 이삭이 나오는 요즘, 농민들은 두 가지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추수 이후 쌀 판매 걱정이다. 각 농협들이 쌀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전국 최대 물량을 판매하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농업경영인 행사에서 “농업만큼은 시장경제논리에 맡길 수 없어 대통령이 되면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농업을 챙기기는 고사하고 역대 정권에서 볼 수 없던 농민 탄압과 농업 포기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농식품부의 조기관세화 시도에 항의하는 농민들을 경찰들이 집회 초기부터 연행한 것이다. 과연 생존권을 주장하는 70대 고령 농민을 이틀씩이나 유치장에 가두는 것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모습인가?

도대체 쌀 관세화란 무엇이기에 농민들이 이토록 분개하는 것일까? UR협상 때 농민들은 투쟁을 통해 1995년부터 올해 말까지 20년간 쌀 관세화를 유예시킨 바 있다. 하지만 관세화 유예기간이 올해 말 종료됨에 따라 쌀 관세화를 위한 협상을 연말까지 하면 되는데, 문제는 정부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관세화를 서두르며 이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농민들을 배제하고 형식적인 공청회와 관제 농민단체를 앞세워 농민들과 협의했다고 밀어붙인다.

장관은 연일 300~500%까지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쌀값이 국내산보다 비싸 결과적으로 수입을 억제시킨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미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높은 관세를 그냥 놔두고 우리와 통상을 하겠는가? 지금까지 한-미 농축산물 통상 협상에서 한국에 주권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제 나라 농민을 위한 대미통상 관계를 유지한 적이 있는가?

이제부터는 우리 농민들이 좋든 싫든 미국농민, 중국농민과 치열한 판매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카길 몬산토와 같은 초국적 곡물기업들로 인해 우리 농민들의 저임금과 파산 위협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재벌 기업의 상품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쌀을 전면 개방한다면 수출로 이익을 보는 재벌 기업의 몫을 농민들에게 분배해야 한다.

특히 전국에서 쌀 생산면적과 생산량이 최고인 당진시가 쌀 전면 개방으로 최대 피해지역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장과 시의원들을 비롯해 농협이 분발해야 한다. 그래서 전라북도 정읍시 의회처럼 관세화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고 지자체의 모든 역량을 쌀 생산농가 지원과 쌀 판매지원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소규모 쌀 생산농가들의 회생대책과 생계대책을 시급히 세워나가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쌀 전면개방에 따른 쌀 생산면적 감소에 따른 식량주권을 위해 이제는 농민뿐만 아니라 국민이 나서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 광화문 광장에서 ‘농촌은 뿌리, 도시는 꽃’을 외치며 쌀 전면 개방 중단과 농업 회생대책을 촉구하는 국민의 함성을 함께 준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