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입니다. 새 생명이 싹을 트는 봄은 여름처럼 조금은 과한 듯 느껴지는 상록의 자태를 뽐내지도 아니하거니와 가을처럼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상을 뽐내지도 아니합니다.

탑으로 치면 마치 석가탑과 같은 느낌이요,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와 같은 담백하고 은은한 느낌의 계절이지요.

이러한 은은함 속에 매서움을 자랑하던 동장군의 기세마저 여반장처럼 녹여내는 따스함과, 그 따스함 속에 시나브로 베어나는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청량감은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움트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있습니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계절인 동시에 많은 이의 생명과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청록의 푸름을 앗아가는 죽음의 계절이 될 수도 있어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뉴스에서도 봄철 화재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강화도 글램핑장에서 발생한 불이 삽시간에 타올라 가족·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안타까운 목숨들을 잃었습니다.

충남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3년간 충남도 내에서만 831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중 봄철(3~5월)에 발생한 산불이 무려 511건에 달하고, 이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봄철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은 논밭두렁 소각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으며, 소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재발생 시 초기 대처가 불가능한 고령의 노인들이어서 필연적으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산불 특별대책기간을 지정해 이 기간 동안에는 산림 연접지(100m 이내)에서의 소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산림보호법에 의거해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또한 ‘충청남도 화재예방조례’를 제정해 그 외 지역에서 소각할 경우 소방서에 사전 신고해야 합니다.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미신고 논밭두렁 소각은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소방서에 협조를 요청해 ‘마을별 일제소각의 날’을 제정하고 소방차를 근접 배치한 가운데, 일제소각을 실시하는 등 논밭두렁 및 영농부산물 소각으로 인한 피해 경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농민들은 이것의 위험성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예부터 해왔듯이 논밭두렁을 태우면서 매년 소중한 목숨을 잃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법률도 이를 따르는 주체가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따르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 모두가 봄철화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논밭두렁 및 영농부산물 소각을 소방서나 관계기관의 지도 아래 안전하게 실시하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봄이라는 계절이 향기롭고 은은한 청량감을 제공하는 아름다운 계절이 될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