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은 아직도 아이의 장애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한다. 아마도 장애아를 걱정 없이 키우기엔 현실은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일 것이다. 죽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도 했다. 아이 걱정에 잠 못들기 일쑤란다.
당진시대에서는 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담아내고자 지난 8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대화에는 충남장애인부모회 당진지회에 소속돼 있는 부모들이 함께 했다.
>> 함께 한 사람들
△장종근(12세 장도현의 아빠) △이영애(19세 L군의 엄마, 가명) △김선자(18세 구동현의 엄마) △연미경(17세 이랑규의 엄마) △방인희(17세 박현아의 엄마) △김남숙(20세 서승원의 엄마) △김동인(24세 이상명의 엄마) △윤명미(17세 이강근의 엄마) △한숙자(24세 김동연의 엄마)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 심정은 어떠셨나요?
L군 엄마 : 첫 아이다 보니 말이 늦는지 아닌지 몰랐죠. 3살쯤 됐을 때 시어머니께서 아이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함께 : 하늘이 무너지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고.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싶었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산 것도 아니잖아요.
강근 엄마 : 아이가 태어나기까지는 꿈에 부풀죠.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요. 근데 장애 진단을 받고는 내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사실 지금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동연 엄마 : 맞아요. 지금도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난다니까요.
현아 엄마 : 초등학교 입학식 때 학교에 갔는데 다른 아이들과 엄마들이 우리 현아를 보고 “쟤 뭐야. 쟤 이상해”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당시 살던 아파트 17층에서 현아를 안고 확 뛰어 내릴까도 생각했죠. 아이를 밖에 내놓기가 무서웠죠.
도현 아빠 : 지금도 도현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믿기 어려워요. 종종 새벽 4시까지도 잠 못 이룰 때가 많죠. 첫 아이였고 48세에 낳은 귀한 아들이라 장애를 인정하기가 더 힘들어요.
강근 엄마 : 강근이는 처음부터 장애가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뇌에 종양이 있었고 수술을 하고 또 하다 보니 장애가 생겼죠. 지금까지 총 6번의 수술을 했어요. 그래서인지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드네요.
상명 엄마 : 사람 사는 게 아니죠. 명절 때도 오지 말라고 가족들이 그래요. 다 수군거리죠. 지금 예전에 썼던 일기를 들여다보면 그때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올라 찢어버리기도 해요. 저는 아이를 가르친다고 집을 3채나 팔았어요.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함께 : 아이를 잃어버리는 거요. 잠깐 있어봐 하고 돌아서면 사라지고 없어요.
도현 아빠 : 도현이도 잠깐 한 눈을 팔면 열린 이웃집 창문으로 넘어가 침대 위에서 자고 있어요. 불러도 안 나와요.
그래도 아이를 키우면서 감동 받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승원 엄마 : 승원이는 초등학교 때까지도 말을 못했어요. 그래도 매일 감각치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창밖에 굴삭기를 보고 “포클레인”이라고 말하더라고요. 단어 하나인데도 감격스러웠어요. 이게 교육의 효과구나 싶었죠.
동연 엄마 : 동연이가 급성폐렴으로 인해 양쪽 폐에 염증이 있었어요. 한 달 넘게 입원해 있었는데 소아과다 보니 간이침대도 없어 아이 침대에 엎어져서 잤죠. 당시엔 동연이가 아빠, 엄마라는 말도 제대로 못했는데 “엄마 사랑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병실에 사람도 많았는데 동연이를 안고 엉엉 소리내 울었죠.
상명 엄마 : 상명이는 욕을 제일 먼저 배웠어요. 아마 학교에서 또래들로부터 그만큼 욕을 들어서 다른 말보다 욕을 먼저 배웠겠죠. 근데 말문이 트였다는 기쁨에 욕조차도 기특하더라고요.
함께 : 맞아요. 말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에요.
당진에서 장애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동연 엄마 : 동연이는 매달 치료비로 48만 원이 들어가요. 근데 우리 아이들은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해요. 다른 아이들보다는 느리지만 분명 교육의 효과는 있거든요. 하지만 당진은 치료 시설이 많이 부족해요.
도현 아빠 :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도 장애아이 치료비를 본인이 다 부담해야 해요. 1회기에 3만 원으로 월 8회의 수업만 들어도 24만 원이죠.
강근 엄마 : 또 당진은 타 지역보다 치료비가 비싼 편이에요. 그리고 수영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시설이나 장소가 없어요. 수영장도 장애아동 같은 경우 1:1로 봐줘야 하니 어려워요. 전용 수영장이 생기는 것까지 바라지 않아요. 그냥 전용 레인이나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도현 아빠 : 다른 지역은 종합병원을 가면 장애인우선창구가 있는데 당진은 없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오랜 시간을 못 기다려요. 뛰어다니거나 소리를 지르거든요.
곧 학교를 졸업할 자녀들이 많아요. 이 시기에 가장 고민이 되는 건 무엇인가요?
함께 : 당연히 취업이죠.
랑규 엄마 : 아이가 크는 건 좋은데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에요. 일자리라도 있으면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 어디라도 갈 수 있잖아요.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돼요. 그냥 어딘가 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취업을 생각하면 랑규가 나이 먹는 게 두려워요.
강근 엄마 : 당진은 사회적기업이 많이 부족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 등이 필요해요. 그리고 공공기관에 장애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일터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또 당진시에서 장애아동들을 위한 직업상담사나 관리사를 배치하면 장애아동 취업에 많은 도움이 되겠죠.
승원 엄마 : 우리 아이들은 집중력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단순 노동을 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해요. 많은 보수를 받지 않아도 되고 오랫동안 일하지 않아도 돼요. 엄마인 제가 아이 옆에서 보조해줄 의향도 있어요. 그냥 아이가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써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돌보며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L군 엄마 :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를 혼자 두고 어디도 가지 못해요. 잠도 잘 자고 있나 확인해야 하고요. 제 개인 시간이 없는 셈이죠. 스트레스는 매일같이 가슴에 쌓이죠. 어디다가 풀 곳도 없어요.
도현 아빠 : 저희 부부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공간이 없으니 종종 부부끼리 싸워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승원 엄마 : 장애아이를 가진 젊은 엄마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엄마도 꾸준히 공부해야 해요. 아니면 취미생활이라도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