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된 남산초등학교 활용 방안을 두고 문화예술계와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당진시가 문화예술창작촌을 계획하며 남산초를 매입한 뒤 누가, 어떻게 남산초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그러나 분명한 키워드는 ‘문화예술 접목’, ‘지역주민 참여’,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떠나 황폐해진 남산초가 다시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면천면 자개리에 위치한 남산초등학교는 여느 시골학교가 그러하듯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로 지난 2012년 9월 문을 닫았다. 남산초는 대지면적 1만1701㎡, 건물 6동 1309㎡의 규모로 창작실과 체험실, 세미나실, 전시실을 비롯해 운동장이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곳이다. 당진시는 폐교를 활용해 문화예술창작촌을 만들기로 하고 지난 2013년 12월 교육청으로부터 7억6154만 원에 남산초를 매입했다.
학교부지 매입으로 문화예술창작촌 조성이 가시화하는 듯 보이면서 지역에서는 누가 문화예술창작촌을 운영할 것인지 수면 아래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당진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안부터, 당진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안, 문화예술 관련 개인이 위탁하는 방안, 주민들이 운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말들이 오갔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주민 배제돼선 안 돼”
이에 당진시는 지난해 10월 면천면 주민과 문화예술단체, 전문가 등과 함께 남산초 폐교 활용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토론회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문화예술창작촌을 계획한 만큼 각자 자신들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던 반면, 지역 주민들은 한때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됐던 학교를 잃는 것과 같이 느껴져 상실감이 컸던 것이다. 주민들은 어려웠던 시절 주민들이 땅을 희사하고 손수 벽돌을 쌓아 만들었던 학교가 폐교된 안타까움에 이어 폐교를 활용하는 것에도 혹여 주민들이 배제되진 않을까 우려했다.
면천면 대치리 김재균 이장은 “주민 측이 폐교한 남산초를 꼭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누가 어떤 방향으로 남산초를 활용하던지 지역 주민과 과정을 공유하고 지역주민이 충분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와 주민들의 갈등은 지난달 구성된 남산초 폐교 활용방안 협의체(위원장 황선숙, 이하 협의체)의 첫 회의에서도 나타났다. 문화예술계와 주민 측은 이번 협의체 회의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협의체 위원장을 선출하며 문화예술계와 주민 측이 추천한 사람이 엇갈리며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날 문화예술계와 주민들은 “폐교 활용 방안을 결정하는 데에 주민들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는 큰 틀에 대해서는 의견을 모았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운영할 지, 어떤 콘텐츠를 담아낼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임성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당진지회장은 “폐교를 활용하는 것에 있어 지역 정서를 반드시 반영함으로써 상생해야 한다”며 “면천의 역사와 함께 예술성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활용 방안 마련해야
3년째 남산초 활용 방안을 두고 구체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을 추진할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다만 독단적·독선적인 리더가 아니라 의견을 아우르면서도 누구라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자질이 있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의 고도재 교수는 “지금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구체적인 활용 계획에 대해 주민과 문화예술계와 당진시 간에 합의점을 찾는 것”이라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각각의 의견을 아우르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미미술관 박기호 관장 역시 “책임감을 갖고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리더가 필요하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폐교 활용 방안을 마련할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비만 오면 물에 잠겨 ‘버려진 땅’으로 여겨지던 경기도 가평 자라섬은 2004년 국제재즈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이제는 축제가 열리는 5일 동안 무려 13만 명 이상의 인파가 찾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합덕 출신의 인재진 감독이 기획을 총괄하면서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났을 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가 주목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공신력·행정력 있는 운영 주체 필요
남산초 활용 방안을 찾는 것과 더불어 운영 주체가 뜨거운 감자다. 당진시가 직영할 경우 안정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전문성과 기획력이 부족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위탁 운영이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간에 위탁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필요하며 공익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비영리를 목적으로 주민들에게 문턱이 높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연간 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만큼 행정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순성면 유동초등학교를 매입해 미술관을 만든 박기호 관장은 “주민이 전적으로 운영을 맡을 경우 예술성과 기획력이 부족할 수 있다”며 “문화예술계가 맡게 되면 주민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이를 위해 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이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당진시의 젊은 인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한 만큼 남산초를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진시의회 황선숙 의원은 “학교 건물과 운동장을 활용해 아이들이 체험하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며 “면천읍성과 연계해 한옥학교 및 작은 동물원 등을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고도제 교수 또한 “남산초가 자연과 가까이 있다는 점을 활용하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체험을 돕는 안내원 고용과 음식 판매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소득창출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또한 제시됐다. 이러한 내용 등을 토대로 당진시는 남산초 폐교 활용방안 협의체 회의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오는 9월경에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