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 문화적 대세를 이룬 관심 주제 중에 ‘느림의 미학’이 있었다. 속도 증후군을 염려해서 스스로 제동을 걸어 본 아날로그 세대의 서글픈 넋두리였을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느림’을 추구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이렇게 설레발을 쳐가며 괜찮은 척 하지만 나 역시 디지털을 강요당하는 현실들이 때로는 눈물겹다.
이번에 관람한 <행복한 아틀리에 시청사전>은 느리게 걷는 내 발걸음을 의식하지 않아도 좋은 편안한 산책로 같았다. 전시는 관람뿐 만 아니라 시민과의 소통 증대를 위해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미술협회 당진지부 회원들의 작품 41점과 문인화연구회 회원들의 작품 8점이 1개월 동안 전시된다. 시청 4층 승강기에서 내려 복도를 따라 걸어가니 복도 벽면을 작품들이 채웠다. 작품들은 4층에서 8층까지 몇 발자국 마다 걸려있다. 항상 많은 민원인으로 붐비는 1층 로비와는 달리 조용한 곳에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당진시의 발전과 시민의 안녕을 생각하며 앞에서, 뒤에서 문화공유를 위한 행정을 도맡아 온 그들에게 도발적이다 싶게 감히 노출 된 그림들은 어떤 의미로 자리했을까. 어쩌면 조로한 청춘을 잊고 사는 그들을 위한 지역 예술가들의 특별한 선물임을 눈치 챘을까.
바쁘고 열심히 일하는 많은 당신들에게 ‘느림’이란 고급스런 권태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감사함을 담은 배려 속 진심을 생각해서 한 번쯤 고개를 들어 그림과 마주하자.
문턱이 높은 관공서의 이미지도 탈피하고 문화청사로 거듭나는 당진시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거창한 뭔가를 생각지 않고 삶에 대한 동경이라고 솔직히 인정하고 가끔씩 바라보자. 아주 값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