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_ 칼럼을 보내주신 손범승 선생님은 1994년 당진정보고등학교에서 첫 수업을 시작한 뒤 합덕여고, 당진고, 호서고를 거쳐 현재는 호서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20년차 교사입니다. 올해에는 1학년 6반 담임과, 탁구부 감독, 4-H문화봉사대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그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요즘 아이들과의 익살과 포옹으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합니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손범승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학교에서의 일상을 당진시대에 전해주셨습니다.

요즘 나는 아이들이 날리는 ‘신종하트(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두 개를 엇갈리게 겹쳐 작은 하트모양을 만드는 손모양)’ 때문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득 나는 2000년 12월 6일 출간된 당진인 수필집에 나의 글이 실렸던 것이 생각났다. 글의 제목은 <꼴찌 탈출을 위하여>라는 글이다. 2000년 3월 2일 중학교에서 1학년 첫 담임을 맡아 설레는 마음과 열정으로 아이들과 생활했지만, 중간고사·기말고사·체육대회 등 모두 꼴찌를 했던 우리 반은 꼴찌 탈출을 위한 몸부림으로 먼지 날리는 운동장 옆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또 단합을 위해 노래방을 통째로 빌려 그때 당시 유행했던 DDR을 하며 꼴찌를 탈출하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꼴찌 탈출은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1등보다 더 값진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을 남기지 않았나 싶다.

올해 나는 2000년 3월, 첫 담임을 맡았던 그 때가 15년 만에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현재 우리 반은 첫 중간고사에서 꼴찌를 했고, 체육대회에서도 이어달리기만 1등을 차지하고 전 종목에서 꼴찌를 했다. 우리는 또 다시 꼴찌 탈출을 외치며, 이번에는 각자 평균점수를 1점씩 올리기 프로젝트에 들어 갔다.

아이들은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각 조별로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들이 너무 보기 좋고 예뻤다. ‘우리 아이들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는 순간이었다.

올해 1학년 아이들은 너무나 밝고 명랑하고 예쁘다. 교사들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누구든 잘 따르고, 인사도 잘하고 항상 쾌활하고 명랑한 모습으로 아침에 출근하는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원빈 쌤 안녕하세요?”, “아이구! 요 이쁜 것들 안뇽~”, “굿모닝”, “니하오”, “쎼쎼” 등 세계 각국의 언어를 다 찾고 난리도 아니다. 나는 10년 전부터 아이들과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면 좀 더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농담으로 “안녕하세요? 영화배우 원빈입니다”라고 소개를 해 왔다. 그날부터 아이들은 나를 만나면 잊지 않고 “원빈 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즐거워한다.

얼마 전 시내에서 학생들이 “원빈 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함께 가던 다른 중학교 학생들이 ‘잘생긴 선생님인가 보다’하고 나를 쳐다봤다가 갑자기 “에잇!” 하면서 깡통을 걷어차는 웃기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래도 어떠하랴.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고 가까이 소통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요즈음 우리 반 아이들이 심통이 나 있다. 이유는 바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때문이다. 기말고사(2차 고사)가 끝나면 삼겹살 파티와 장기자랑을 하기로 약속을 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는데 메르스라는 고약한 바이러스 때문에 삼겹살 파티와 장기자랑을 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

우리 1학년 6반 아들·딸들, 그리고 호서중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우리 모두 건강한 마음으로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규칙적인 위생생활을 잘해서 메르스를 이겨내자. 학교생활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면서 즐겁고 행복한 여름 방학을 기대하며 달려보자! 사랑한다, 내 새끼들아.”

-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원빈 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