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입은 용연초교의 이색 가을운동회
9월 18일 당진읍 용연초등학교. 이 학교 운동장은 여느 초등학교와 달리 씨름장 같이 모래가 운동장 전면에 깔려 있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마당극 ‘왕놀부전’을 공연하고 있었다. 익살스런 아이들의 연기에 학부모들은 연신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린다.
전교생이 62명에 불과한 용연초등학교(교장 김영국)는 올해 매우 특별한 가을운동회를 열었다. 운동회가 아닌 ‘이웃사랑 한마당 큰잔치’로 이름붙인 이날 행사는 그도 그럴것이 민속놀이 일색이었다. 씨름, 투호, 널뛰기, 제기차기, 닭싸움 등등, 운동경기라야 달리기 하나 뿐. 그나마 운동장이 모래밭이니 푹푹 빠져 아이들은 맘껏 뛰지도 못했다.
저지대인 용연초등학교는 지난 8월 집중호우 때 큰 물난리를 겪었다. 운동장은 토사와 진흙에 70㎝ 이상씩이나 뒤덮였고 산사태로 창고가 무너져 체육시간에 쓰던 비품이 모두 떠내려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운동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용연초등학교는 올해 운동회를 포기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줄 상품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그러나 학부모들과 노인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슨일이 있어도 운동회만은 열어야 한다고, 아이들이 1년중 가장 기다리는 날이 운동회날이 아니냐고 어른들은 학교에 호소했다. 노인회에서는 상품값을 직접 내놓겠다고 나섰다. 이웃사랑 큰잔치는 그렇게 해서 치러지게 된 것이다.
경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외부인사는 아무도 초청하지 않았고 선생님들의 식사는 학부모들이 도시락 한개씩 더 싸오는 것으로 대신했다. 체육도구 하나없이 흙먼지 속에서 치러진 운동회였지만 엄마, 아빠와 손잡고 춤을 추는 아이들 표정은 그래도 함박꽃이었다.
수해로 시름에 잠겨있던 어른들도 이날만큼은 열일 제쳐두고 나와 아이들과 함께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 하나 남겨주려한 어른들의 ‘눈높이 사랑’으로 용연초등학교의 올 가을운동회는 더없이 훈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