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늘 자유를 꿈꾼다.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 완전한 자유. 부처께서는 그의 말, 그의 가르침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라고 말씀하셨다. 돈과 명예, 권력 그리고 종교(신념)까지도 세상이 유혹하는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그제야 세상을 올바로 보고, 올바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곧 종교적 행위”

속세의 나이로는 어느새 일흔을 바라보는 명진스님은 끊임없이 ‘자유’를 말한다. 남들이 권력이라고 부르는 자리에 앉아 있을 때에는 물론이고, 권력으로부터 빗겨난 자리에서도 굽힘이 없다. 정치와 권력에 대한 노승의 목소리를 세상은 퍽 불편해하고, 그래서 때때로 많은 오해와, 편견과, 우려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것이야 말로 종교 지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다.

“먹고 사는 의(醫)·식(食)·주(住)·교(敎)의 문제가 해결됐을 때, 그 이후에야 ‘잘 사는 게 무엇인가’하는 철학적 고민이 가능한 것이죠. 그래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어요. 이것은 곧 종교의 역할이고요. 당장 눈앞에 의·식·주·교의 문제를 안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이러한 기본적인 삶의 문제를 책임지는 것은 결국 종교적 행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바른 정치를 위해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스님은 강남좌파?

신평면 금천리 출신 명진스님은 2006년부터 서울 봉은사 주지를 맡아오다 MB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던 지난 2010년 봉은사를 결국 떠났다. 당시 여당 원내대표가 “강남 부자 절에 좌파 스님을 놔둬서야 되겠느냐”고 말했을 정도로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명진스님에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곤 했다.

게다가 조계종 총무원장을 둘러싼 불교 내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바른 말’을 아끼지 않았던 그는 최근엔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단지불회(但知不會, 명진스님과 함께하는 수행모임) 법회에서 명진스님은 “탱화절도 의혹이 있는 스님이 동국대 이사장을 하고, 범계 의혹이 있는 스님이 버젓이 본사주지를 하고 있는데도 종단은 이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호국불교라는 미명하에 정권에 무릎 끓고 아부하는 종교 지도자라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도 눈감아 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삿된 세상을 깨우는 죽비의 역할을 자처했던 그는 “그동안 끝없이 괴롭고 고민스러웠다”며 “이제는 조금 쉬고 싶다”고 말했다. 명진스님은 “지난 10년간 정부와 종단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지만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종회 의원직을 사직한 뒤 앞으로 방향에 대해서는 차차 고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길들여지지 마십시오. 물론 그것은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겠지만 마치 마약처럼 한 번 빠져들면 벗어나기 무척 어렵습니다.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는 무엇인가에 길들여지지 않았는지, 나 스스로 진정 자유로운 사람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으로부터든지 묶이는 순간 영혼의 자유를 잃는 것입니다.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속세를 떠났어도 고향은 그립다

한편 송악중 12회 졸업생인 명진스님이 고향을 떠난 지 39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에서 특강을 연다. 다음달 4일 오후 1시부터 송악중학교 강당 팔아관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에서 명진스님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그의 유년시절과 출가 이야기 등 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송악중학교 총동문회(회장 이창휘) 주관 및 단지불회 박성두 불자(명진스님 외가)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특강에서는 명진스님과의 기념촬영과 사인회도 함께 진행된다.

명진스님은 “속세를 떠나왔지만 고향은 늘 그리운 곳”이라며 “마음속엔 언제나 당진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생에서 가장 귀했던 사춘기 시절이 깃들어 있는 고향 방문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보도합니다.